[TV리포트=김수정 기자] 한국 상업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동성애를 다뤄 화제를 모은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 모호필름·용필름 제작). 김민희, 김태리의 “협의 불가”한 동성 베드신으로 개봉 전부터 야릇한 관심을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영화를 보고 나면 베드신보다 두 캐릭터가 빚어낸 감정신에 주목하게 된다.
숙희(김태리)가 히데코(김민희)의 이를 은골무로 사각사각 갈아주는 장면이나, 히데코가 숙희에게 “넌 내가 다른 이와 결혼했으면 좋겠니?”라고 쏘아붙이는 장면, 온 집안을 쿵쾅거리고 다니며 서운함을 드러내는 숙희의 모습에서 관객은 사랑에 빠졌을 때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하게 된다.
관객이 두 캐릭터의 감정에 이질감 없이 녹아들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성(性)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아가씨’에서는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동공의 흔들림, 토라짐, 질투심 같은 것들을 공들여 화면에 담아낸다. 은골무 장면이 베드신보다 관능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이는 철저하게 박찬욱 감독이 의도한 바다. 박찬욱 감독은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같은 성끼리 이래도 되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그런 두 사람을 주변에서 ‘너희 그러면 안 돼’라며 억압하고 차별하는 영화도 물론 재밌죠. 분명 필요한 영화예요. 그건 그것대로 필요하지만, 전 성이든 성역할이든 신경 안 쓰고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어요. 제가 보고 싶었달까요. ‘아가씨’는 그런 영화예요.”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아가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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