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아가씨’의 러닝타임이 두 시간을 넘는 것은, 제 영화가 불친절하다던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는 영화 ‘아가씨’로 10번째 장편 영화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이 출연했다. 영화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부터 전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 손석희 앵커와 마주앉은 박찬욱 감독. 그는 7년 만에 ‘아가씨’로 국내 스크린을 찾았다. “단편영화는 계속 해왔기 때문에 영화 현장에 대해서 ‘한국 영화를 오랜만에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그는 “관객이 어떻게 봐 줄지에는 신경이 많이 쓰였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감독은 “‘스토커’도 그렇고 이전 ‘박쥐’도 그렇고 국내 흥행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라며 “언제나 같은 태도로 작업하는데 성적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노력해서 되는 건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가씨’의 영상미가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마음먹고 영상미를 신경 쓴 것은 아니다”면서도 “시대를 재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더라. 없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있는 것을 빌려 쓰는 게 아니다보니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더라. 또한 영화 속 주된 배경이 돈 많은 사람의 배경이었기 때문에 고급이어야 했고, 커야 했다”라며 웃었다.
여러 작품에서 여성의 이야기가 주를 이뤘던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화 ‘올드보이’를 만들고 나서 상도 받았지만 찜찜한 부분이 있었다. 여자 주인공이 주인공임에도 진실에서 소외된 채로 영화가 끝났다. 그게 마음에 걸리더라. 진실에서 배제된 여성, 그 찜찜함을 해소하기 위해 ‘친절한 금자씨’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인간형은 어렵고 고통받는 처지에 있다가 그것을 싸워나가는 사람이다. 여성이 주로 그런 부분들이 많더라”라며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를 만들었을 뿐,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아가씨의 긴 러닝타임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내 영화가 어렵다는 관객들이 많아서 반복하면서도 조금씩 변화를 주고, 거기에 유머를 더하거나 다른 시각에서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만들고 싶었다”라며 “반복이되 변주되는, 발전되는 반복을 구조적으로 택했다. 그 덕분에 더이상 영화가 재미없다는 사람은 있어도 못 따라가겠다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전했다.
이 같은 박 감독의 표현에 손석희 앵커는 “목에 힘을 좀 뺐다”라고 보면 되겠냐고 물었고, 박 감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목에 힘을 준 적도 없지만 영화적 친절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말했고, 이에 손석희 앵커는 “그러면 표현을 바꿔야겠다. 목이 아니라 머리에서 힘을 뺐다는것이냐”라며 함께 웃었다.
짧지만 짧지 않았던 인터뷰. 그의 영화가 주는 왠지 모를 어려움 대신 편안한 분위기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개봉 첫 날 이미 수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은 영화 ‘아가씨’가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미소와 설명으로 인해 더욱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측될 정도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JTBC ‘뉴스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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