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지호 객원기자] 지난달 일본에서 미모의 아이돌이 팬을 자칭하는 스토커의 칼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2014년에는 일본의 국민 아이돌 AKB48의 멤버 두 명이 팬미팅 도중 피습 당해 부상을 입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일본 경찰 당국도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 팬과 가까이, 더욱 가까이
일본과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한국의 아이돌은 기본 3년 이상의 긴 연습생 생활을 거쳐 완전체로서 데뷔한다. 반면, 일본에서는 되도록 어린 나이에 데뷔시켜 그 성장을 팬들이 직접 지켜보게끔 하는 형식을 취한다. 한국의 대중은 완성된 아이돌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일본 대중은 미숙하지만 귀엽고 친근한 아이돌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만큼 일본은 아이돌 데뷔가 어렵지 않다. 소규모 기획사가 끊임없이 아이돌을 양산해내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환경 탓인지, 일본의 국민적 아이돌로 불리는 AKB48 등장 이래 아이돌 붐이 일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엄청난 수의 아이돌 그룹이 양산되고 있다. 그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철저히 지역, 팬 밀착형 영업 형태를 띤다. 소규모 전용 극장에서 매주 정기 공연을 펼쳐치며 팬들을 끌어모으고, 악수회 등을 통해 팬들과 직접 스킨십하며 친근감을 이끌어 낸다. 그리고 그 지역을 기반으로 점차 팬을 늘려나간다. 도쿄 아키하바라의 소극장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어낸 AKB48식 아이돌 운영이다. 직접 대화할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만질 수 있는 아이돌, 그것이 일본 아이돌의 영업 콘셉트다.
◆ 위험에 노출된 일본 아이돌
팬과 아이돌의 거리가 좁혀지고 가까워지면서 아이돌이 위험에 노출되는 일도 늘었다.
지난 2014년 5월, AKB48의 악수회 행사 도중 그룹 멤버 카와에이 리나와 이리야마 안나가 한 남성 팬이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에 경비원과 기획사 직원이 있었기에 불행 중 다행으로 경상에 그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한 팬은 손에 자신의 분비물을 묻힌 뒤 아이돌과 악수했다고 SNS에 글을 남겨 현역 아이돌들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팬들의 성희롱도 일상다반사다. 아이돌의 적지 않은 수가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 크다.
대형 기획사의 아이돌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소규모 기획사 혹은 소속사 없이 활동하는 아이돌들은 이러한 위험에 무방비 상태다. 지난달 팬의 칼부림에 혼수상태에 빠진 미모의 아이돌 도미타 마유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이돌 그룹 출신인 도미타 마유는 근래 들어 프리랜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해왔다. 싱어송라이터이지만 공연 뒤에는 CD판매회 겸 악수회를 갖는 등 여느 아이돌과 다름없었다. 소속사가 없는 만큼 홀로 팬과 마주했다. 사건 당일에도 그는 혼자 공연장을 향하던 중이었다. 그는 으슥한 길에서 만난 팬의 갑작스러운 칼부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몸 곳곳을 찔린 그는 아직 혼수상태에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지만, 여전히 아이돌 악수회는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악수권을 동봉해 CD를 파는 경우도 많아 영업적인 면에서도, 팬 관리를 위해서도 이제는 거를 수 없는 필수적인 행사가 돼버렸다.
팬을 초빙해 촬영회를 펼치는 등 프리랜서 아이돌로 활약하는 만 31세의 요시자와 사리이는 사건 직후 “소속사 없이 활동하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개중에 무서운 팬들도 있다. 하지만 열혈 팬을 잃는 건 더 무섭다”며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아이돌의 현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에는 톱아이돌을 꿈꾸는 많은 소녀들이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일본 경찰은 뚜렷한 대책을 마련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력은 한정되어 있고 아이돌은 수없이 많다. 그들의 개인 경호원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미타 마유는 피습 며칠 전부터 경찰에 스토커 피해를 호소하는가 하면, 피습 직전에도 경찰에 신고 전화를 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적어도 아이돌 활동을 하는 소녀들의 피해 호소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지호 기자 digrease@jpnews.kr / 사진=AKB48, 도미타 마유, JP뉴스 제공, 도미타 마유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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