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곤경은 한번에 몰아치죠.”
2일 서울 오후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이광국 감독) 언론시사회에는 이광국 감독과 배우 이진욱, 서현우가 참석했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여자친구 집에 얹혀살던 경유(이진욱)가 집에서 쫓겨난 후, 옛 여자친구 유정(고현정)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뮌헨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돼 일찍이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이번 영화는 고현정과 이진욱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진욱은 한 때 소설가를 꿈꿨으나 지금은 대리 기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남자 경유 역을 맡았다. 이진욱은 삼재라도 낀 것처럼 모든 일이 안 풀리는 남자 경유의 운수 나쁜 날들을 쓸쓸한듯 담백하게 표현했다.
이진욱은 “누구나 살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그 어려움이 한꺼번에 몰리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을 특별한 일 없이,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이것은 분명 누군가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했고, 그 누군가는 감독님인 것 같았다.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라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특히 이진욱은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출연 당시 성추문 논란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했던 바. 이에 대해 이진욱은 “시기적으로 어려운 순간이었다. 곤경이 몰아칠 때 그 순간이 지나길 얌전히 기다리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걸 이번 영화를 통해 배웠다”고 털어놨다.
고현정은 촉망받는 소설가이지만 새로운 글이 써지지 않는 소설가 유정을 연기했다. ‘북촌방향’,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해변의 여인’ 등 저예산 상업영화에서 드라마에서 접하지 못했던 색다른 매력을 펼쳐온 고현정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아우라로 극을 이끈다.
이진욱은 이날 불참한 고현정에 대해 “배우뿐만 아니라 현장, 한 인간으로서도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분이다. 촬영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감동받았다. 고현정 선배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 연기도 굉장히 그림처럼, 음악처럼 세련된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연기적으로 풀지 못한 실마리를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얻을 수 있었다”고 존경심과 고마움을 드러냈다.
연극 ‘클로저’, 영화 ‘죽여주는 여자’, ‘1987’, ‘사라진 밤’ 등을 통해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서현우는 경유의 둘도 없는 친구 부정 역을 맡아 시종 잔잔한 영화에 유쾌한 리듬감을 불어넣었다.
감독의 전작에 이어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에서도 소주가 반복해 등장한다. 유정의 안 풀리는 소설과 경유의 인생처럼 다시 재회한 두 사람의 관계 역시 만만치 않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관계와 상황, 창작의 고통 앞에서 도망치고 싶은 이라면 공감할 만한 영화다.
이광국 감독은 “한 남자가 여자친구에게 버림받는 이미지에서 떠올렸다. 그 시기 나의 두려움, 생활하면서 두려움 앞에서 비겁하게 도망쳤던 기억들을 이야기에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남자가 자신의 두려움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리고자 했다”고 연출 계기를 밝혔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극장전’, ‘해변의 여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에서 홍상수 감독 조감독으로 참여하고 ‘로맨스 조’, ‘꿈보다 해몽’으로 독특한 스토리텔링을 인정받은 이광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고현정, 이진욱, 서현우, 류현경, 문창길, 서영화 등이 출연했다.
15세 이상 관람가, 107분, 4월 12일 개봉.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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