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9kg이 빠졌어요. 힘든 역할을 하니까 다이어트를 일부러 하지 않아도 되더라고요.”
오는 23일 종영을 앞둔 KBS2 일일 드라마 ‘천상의 약속’의 서준영(29)은 드라마 초반 모습과 확실히 달라 보였다. 턱 선은 날렵했고, 표정과 목소리는 차분했다. 강태준에 빠져 있다 보니 성격도 덩달아 변한 듯했다.
서준영은 “역할의 감정이 너무 세니까 식욕도 없어졌다. 초반에는 억지로 먹다가 구토를 하기도 했다. 드라마 촬영은 끝났지만 아직도 힘들다”면서 역할의 고충을 토로했다.
서준영이 ‘천상의 약속’에서 맡은 강태준은 악역이지만, 답답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애인 이나연(이유리)을 버리고 출세를 위해 부잣집 딸 장세진(박하나)과 결혼했다. 그런데 아이가 죽은 이후 나연에게도 미련을 보인다.
서준영의 말을 빌리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나쁜 일을 저지른 뒤 다른 곳에서 혼자서 우는 인물’이 강태준이다. 시청자들에게 마음껏 욕할 기회도 주지 않는 인물이다 보니, 잘못되는 모습마저도 통쾌하지가 않다. 연기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연기자’ 서준영이지만, 강태준 때문에 ‘발연기’ 굴욕까지 당해야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철저히 의도한 일이었다고 밝힌 서준영은 “답답하고 짜증난다는 반응이 나왔을 때 좋아했다. 새로운 악역이라고 표현하시는 분도 있더라”라며 “연기하면서 심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시청자들이 의도대로 움직여 줘서 기분은 좋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는 친절한 연기가 아니었을 거예요. 일일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대는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일도 하면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생각해야 하니 짜증 날 수밖에 없죠. 그리고 태준이에겐 안타까운 면도 있거든요. 살아가는 데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엄마 때문에 고아처럼 자랐고, 어렵게 공부를 마쳤는데 7살짜리 아이가 있다니, 태준이 입장도 딱한 거죠.”
출세를 위해 자신의 아이까지 낳은 애인을 버린 남자, 아이를 잃고 복수를 위해 칼을 가는 여자의 이야기, 17년 전 화제를 모은 SBS ‘청춘의 덫’이 오버랩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준영도 “배우끼리도 ‘청춘의 덫2’라고 이야기한다”면서 “하지만 이종원 선배님이 했던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오는 건 고집스럽지만 싫었다”고 말했다.
“서준영만의 악역을 만들고 싶었어요. 악역 하면 소리 지르고 못되고 싸늘한 모습을 떠올리는데 그게 아니라 악의는 없는데 뭔가 했을 때 결론적으로 나쁜, 당위성이 있는 악역이었으면 했죠. 끊임없이 이유를 갈구했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나 봐요. 평면적인 악역으로 갔으면 편했을 텐데 말이죠.”
‘천상의 약속’은 ‘왔다! 장보리’의 악역 연민정으로 연기대상을 수상한 이유리의 출연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이유리 효과인지는 몰라도 이 드라마는 동시간대 일일 드라마 시청률 1위는 물론, ‘루비반지’가 기록한 최고 시청률(24.6%)을 넘볼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서준영은 상대 배우로 연기한 이유리에 대해 “대상 받을 자격이 충분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며 “정말로 좋은 배우다. 끊임없이 배우려 하는 모습에 감탄했다”고 엄지를 추어올렸다. 박하나에 대해서도 “두 번째 드라마인데 연기를 정말로 잘한다. 드라마에 최적화된 배우”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강태준은 극중 나연과 세진 두 여자의 사랑을 받은 인물. 강태준을 연기한 서준영은 두 여자 중 누구를 선택할까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돈 많은 세진이도 좋고, 성실한 나연이도 좋다. 기본적으로 둘 다 예쁘고 날 좋아해 주기 때문에 싫을 이유가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서준영은 끝으로 ‘천상의 약속’의 인기 비결에 대해 “공감할 수 없는 공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이니까 내 삶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을 공감할 수 있는 것 말이다. 배우들이 모두 현실적으로 이유를 찾아가면서 연기했다”며 최종회까지 따뜻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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