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올해 칸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 영화사 레드피터 제작)이 드디어 국내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300km의 속도로 내달리는 KTX에서 좀비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각양각색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관객을 벼랑 끝 긴장감으로 몰아넣더니 웃기다가 급기야 울리기까지 하는 신통한 영화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다.
# 클리셰 깨부수는 연기력…공유
공유가 연기한 석우는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 “개미 입장까지 생각하며” 일하지 않는 차가운 인물이다. 아내와는 별거 중이고 하나 밖에 없는 딸 수안(김수안)과는 서먹하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남자다.
손해 보고 사는 건 눈 뜨고 못 보던 석우는 좀비 바이러스를 뚫고 질주하는 과정에서 희생의 뜨거움을 느끼고 조금씩 성장한다. 그리곤 가장 자신 답지 않은 방법으로 이 생지옥 같은 재난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기적이던 주인공이 변화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클리셰 중의 클리셰. 일견 눈에 확 띄는 캐릭터는 공유만의 섬세한 감성과 진정성 더해진 연기력으로 장르물에 따뜻한 감성을 더했다. 후반부 김수안과 펼친 공유의 오열 연기는 칸 뤼미에르 대극장을 울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 이젠 등장만 해도 웃긴 경지…마동석
칸영화제 공개 당시 마동석이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배우가 지닌 기분 좋은 공기가 외국 관객에게도 통한 것. 마동석은 ‘부산행’에서 마블리 매력의 정점을 찍으며 미친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의 등장만으로도 웃음이 피식피식 흘러나올 지경이니 말 다했다.
아내로 호흡을 맞춘 정유미를 향한 로맨틱한 표정 연기나, 공유에게 툴툴대며 던지는 애드리브는 웃긴데다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게다가 맨손으로 좀비를 때려 부순다는 다소 과한(?) 설정의 액션도 마동석이기에 가능한 일.
# 85억 대작을 지배하는 연기천재…김수안
‘신촌좀비만화’, ‘경주’, ‘제보자’, ‘봄’, ‘해어화’, ‘차이나타운’, ‘숨바꼭질’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 충무로에서 ‘연기천재’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김수안. 연상호 감독은 김수안과의 미팅을 가진 후 당초 아들이었던 시나리오의 설정을 전면 수정했다. 캐릭터 이름을 ‘수안’으로 바꿀 정도로 배우 김수안에게 매료됐다.
김수안은 이번 ‘부산행’에서 10살이라는 나이가 믿기 어려울 만큼 완벽한 감정 연기를 선보였다. ‘부산행’이 기존 한국 재난영화와는 다른 감성을 품을 수 있었던 데에는 김수안의 공이 컸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부산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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