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강우석 감독)가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고산자, 대동여지도’ 제작진은 대한민국의 아름다움을 스크린에 담기 위해 약 9개월간 전국을 누비며 촬영을 진행했다. 대한민국을 하나의 지도에 새겨 넣은 김정호의 진심을 담기 위해 촬영 중인 상황에서도 더 적합한 촬영지를 끊임없이 찾아다녔다는 후문.
강우석 감독은 “우리 국토의 중요한 부분들은 분명히 담아내야 하고, 또 이유 있게 담아야 했다”라며 “필요하면 몇 달을 기다려서라도 기후가 맞을 때 찍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계절을 기다렸다. 다른 영화에서 안 가본 곳이면서 처음 보는 곳, 우리나라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나하는 생각이 드는 곳을 찾으려고 했다”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대한민국 최초의 백두산 천지 촬영은 단 하루의 맑은 날씨 덕분에 가능했다. 제작진은 백두산 등정 장면과 천지에서 김정호가 기도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애초 3일 촬영을 계획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다행스럽게도 촬영 첫날 기적적으로 맑게 갠 천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첫날 충분한 장면을 찍은 제작진은 이틀 동안 추가적인 촬영을 시도했지만 궂은 날씨로 인해 추가 촬영은 불가능했다고 한다.
황매산의 촬영은 긴 기다림을 견딘 덕분에 가능했다. 제작진은 합천 황매산의 철쭉 장면을 위해 철쭉이 만개하는 5월까지 무려 6개월을 기다렸다. 철쭉이 절정을 이른 날을 고른 제작진은 등산객들을 피하기 위해 새벽부터 산에 올라 해가 뜨자마자 촬영을 진행했다.
물을 건너는 촬영은 위험을 동반한 채 진행됐다. 배우의 얼굴이 담긴 장면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대역을 쓸 수 없어 촬영마다 배우 차승원이 직접 안전 장비를 맨 채 진행했다. 얼음이 언 겨울의 북한강을 건너는 장면을 촬영할 땐 현장에 구급차와 구조 대원까지 대기했다고 한다. 만에 하나 얼음이 깨지는 상황에서도 배우와 스태프를 안전하게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체감온도 영하 30도의 날씨에 강풍기 5대를 동원해 눈 날리는 대한민국의 겨울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었다.
깊은 물을 건너는 왕피천 장면에서는 깊은 수심과 거친 물살 때문에 몸을 와이어로 고정하고서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또 일몰 장면을 포착한 여자만 촬영 당시에 30센티미터씩 발이 빠지는 갯벌을 헤치고 걸어야 했다. 짧은 일몰 시각을 놓치고 하루를 허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잠수부들이 신는 특수양말을 신고 그 위에 버선과 짚신을 신은 채로 간신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전국의 아름다운 경치를 좇던 제작진은 제주도, 마라도, 울릉도와 독도까지 영화에 담았다. 제주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마라도는 사전 조사 당시에는 안개 때문에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촬영 날짜에 맞춰 기막히게 날이 개어 마라도를 촬영할 수 있었다. 울릉도와 함께 진행한 독도 촬영도 날씨의 도움이 있었다. 맑은 날씨 덕분에 하루 만에 울릉도와 독도를 촬영을 마친 제작진은 촬영 이후 거세진 파도 때문에 열흘 동안 울릉도에 갇히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 스틸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