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이 시즌4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2009년 첫 방송된 ‘우결’은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다. ‘비지니스’라는 비아냥에도 우리는 왜 이 가상의 세계에 빠져 그 수많은 커플들에 열광한 것일까. 비록 실제는 아니었지만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 커플들이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결’을 빛낸 다섯 커플들을 살펴봤다.
전진·이시영 – 처음이자 마지막 리얼
시즌1은 여러 커플이 호흡을 맞췄는데 특히 이시영, 전진의 실제 열애는 프로그램의 열기에 불을 지폈다. 또 다른 커플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가상에 묶여있지만 언제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핑크빛 환상을 심어준 것. 이 믿음은 ‘우결’이 지속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우결’로 만난 두 사람은 촬영 중 호감을 느껴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다. 이들의 공개 열애에 일등공신이 된 ‘우결’은 자연스럽게 타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진, 이시영 커플 후 실제 커플은 생기지 않았다. ‘우결’ 제작진들 역시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조권·가인 – 가상 연애의 역사를 쓰다
이후 ‘우결’은 다수의 커플을 섭외하며 ‘최고의 부부’를 만드는데 집중했다. 특히 시즌2에 출연했던 조권·가인 커플의 케미스트리는 지금도 회자가 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두 사람은 다른 커플과 차별화 된 핑크빛 무드를 조성했고, 유일하게 프로그램 밖에서도 부부처럼 행동하는 커플이었다. 전략은 유효했다. 시청자는 두 사람이 ‘밀고 당기기’를 멈추고 실제 커플이 되길 원했다. 이들은 팬들의 필요에 부응하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
두 사람이 실제 사귀지 않았음에도 불구, 역대 최고의 커플로 꼽히는 건 의미가 있다. 대중이 바라는 건 실제 연애가 아니라 프로그램에 임하는 에티튜드, 즉 진정성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감정과 호감이 진심인지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서인영·크라운제이 – ‘님과함께’만 없었더라면
서인영의 현재 이미지는 ‘우결’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성기 시절 여러 명의 스타를 배출한 ‘우결’은 새 캐릭터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고 ‘남자 앞에서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서인영은 제작진의 요구와 맞아 떨어졌다. 서인영 앞에만 서면 작은 남자가 되는 크라운 제이의 모습은 코믹했다.
‘우결’을 통해 신상녀, 마녀의 닉네임을 얻은 서인영은 가수로서도 승승장구했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크라이제이 역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 본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베스트 커플로 꼽힐 수 있는 케미를 보여 준 이들기이기에 지난해 불거진 JTBC ‘님과 함께’ 논란은 아쉽기만 하다.
이준·오연서 – 진성성 논란의 시작
2013년 ‘우결’은 여성 출연자의 열애설로 큰 위기를 맞는다. 이준과 커플로 등장한 오연서가 이장우와의 데이트 현장이 포착된 것. ‘짜고 치는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의 불만이 높아진 것도 이 때다. 5개월 동안 가상부부로 활동한 이들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채 결혼생활을 마감했다.
‘우결’은 알면서도 속고 보는 프로그램이지만, 눈속임이 절대 외부에 드러나서는 안되는 예능이다. 출연자와 시청자들 사이에는 ‘실제 결혼한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하기 때문. 당시 오연서는 큰 논란 속에 ‘우결’을 마무리 해야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쇼 비지니스’로 이뤄지는 예능 안에서 개인의 사생활까지 포기해야 하냐는 회의론이 등장하기도 했다. 가상 연애 예능의 아이러니다.
조정치·정인 – 제작진의 고군분투
제작진은 흔들리는 정체성을 바로 잡으려 실제 커플을 투입했다. 이제는 부부의 연을 맺은 조정치, 정인 커플이다. 이들의 꽁냥꽁냥 데이트 현장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가상 예능’이라는 ‘우결’의 기획 의도와는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실제 커플의 출연은 양날의 검처럼 모호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이뤄진 커플을 보며 설렘을 느끼는 시청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결’ 후 결혼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커플로 꼽힌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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