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가영 기자] 오히려 피해자가 숨는 세상이다.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다니는 가해자들과 달리, 보호받아야하는 존재임에도 숨고 도망을 다녀야만하는 피해자들. 사회의 잘못된 시선이 만들어낸 폐해다.
지난 16일 방송된 JTBC ‘청춘시대2’에서는 정예은(한승연)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최근 의문의 욕설 문자를 받고 사물함 테러를 당한 정예은. 그와 하메들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전 남자친구 고두영(지일주)를 꼽았다.
고두영은 정예은에게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인물. 감금까지 당했던 정예은은 하메들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고두영은 결국 1년 6개월 실형을 살게 됐다.
아직 형이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고두영은 가석방 된 것. 변호사를 통해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정예은은 절망했고 하메들은 이런 사실을 피해자에게 직접 알리지 않는다는 것에 분노했다.
결국 두려움은 정예은의 몫이었다.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 그는 새로운 남자친구 권호창(이유진)의 도움으로 등하굣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모습까지 손가락질을 받았다. 데이트 폭력 피해 후 또 다시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예은의 엄마는 이런 사실을 알고 벨에포크를 찾아와 딸에게 독설을 쏟아부었다. “왜 너만 그런 일이 생기냐. 집안 망신을 시켜도 유분수지. 행실을 그 따위로 하고 다녔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냐”고 정예은을 탓했다. 이 말은 피해자 정예은을 두번 상처 입혔다.
결국 그를 위해 나선 것은 하메 유은재(지우)였다. 앞서 비슷한 말로 정예은에게 상처를 준 유은재. 하지만 그의 엄마의 말을 통해 정예은이 받았을 상처를 알게 됐고 결국 직접 목소리를 높였다.
유은재는 “엄마가 잘못했다. 선배가 뭘 잘못했다고. 선배는 피해자인데 왜 선배 탓을 하느냐. 선배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예은의 엄마, 그리고 유은재의 말. 짧은 대화였지만 두 사람의 말은 피해자들을 향한 잘못된 인식을 보여주기 충분했다.
이 시대의 수많은 범죄 피해자들. 그들은 피해 후 주위의 따가운 시선들로 2차 피해에 시달린다. ‘원인 제공을 한 것 아닐까’, ‘분명 문제가 있을 거다’ 하는 잘못된 생각들이 그 시초다. 어떤 이유에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범죄, 그리고 보호 받아야할 피해자. ‘청춘시대2’가 이런 것들을 함축적으로 그려낸 것이다.
커져가는 상처 속에 지내고 있을 이 시대의 수많은 정예은들. 그들의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길. ‘청춘시대2’가 그들을 향해 “네 잘못이 아니다”, “내 탓이 아니다”고 위로를 건네는 듯 하다.
김가영 기자 kky1209@tvreport.co.kr/ 사진=’청춘시대2′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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