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KBS1 ‘아침마당’의 선대인 소장 하차와 관련해 외압 의혹이 인 가운데, KBS는 시청자 의견에 따른 것이며, 선 소장의 발언이 KBS 공식입장과 달라서 하차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S의 입장에 대해 한국PD 연합회는 19일 오후 공식 성명을 통해 입장에 이의를 제기하고, “프로그램 내용과 출연자 발언에 대한 간섭과 보복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식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송 내용을 재단하고 출연자 퇴출을 결정하는 이 정체불명의 시청자가 누구인지, 국민 앞에서 밝힐 책임이 있다”고 KBS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 다음은 입장 전문.
KBS의 ‘시청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 <아침마당> 선대인 소장 하차 결정에 대한 한국PD연합회의 입장
KBS가 <아침마당>의 ‘고급정보열전’에 출연 중이던 선대인 경제연구소장을 갑자기 하차시켰다. 이 결정이 ‘시청자’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KBS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여 스스로 외압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이번 조치는 PD의 출연자 결정권을 무시한 처사일 뿐 아니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프로그램 내용과 출연자 발언에 대한 간섭과 보복이 일상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PD연합회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KBS가 말하는 ‘시청자’는 KBS 시청자위원회도 아니고, KBS 시청자 옴부즈맨도 아니고, <아침마당> 게시판에 댓글을 올린 시청자도 아니다. 공식 심의기구에서 이 사안이 논의된 바도 없다. 담당 CP와 PD의 해명을 종합하면 ‘본부장’ 또는 그 이상으로 추정되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걸로 보이는데, 이정현 전화 파동과 비슷한 맥락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식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방송 내용을 재단하고 출연자 퇴출을 결정하는 이 정체불명의 ‘시청자’가 누구인지, KBS는 국민 앞에 밝힐 책임이 있음을 엄중히 지적한다.
<아침마당> 제작진이 인정했듯, 이번 조치는 모든 시청자들에게 공지된 프로그램의 규칙을 파괴했다. 한 주제에 대해 5명의 전문가가 10분 동안 ‘고급정보’를 제공하고 시청자 투표와 퀴즈 성적에 따라 3회마다 한 명씩 탈락시키는 규칙에 따르면, 종합평가 3위에 오른 선대인 소장은 탈락할 이유가 없다. MBC <나는 가수다>의 선례에서 보듯, 이렇게 프로그램의 규칙을 팽개친 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긴 처사로, 책임자는 중징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KBS가 무리한 조치를 취한 것은 다른 모든 시청자들의 의견을 합한 것보다 더 영향력이 큰 ‘익명의 시청자’가 존재한다는 결론을 낳는다. 절대다수 시청자 위에 군림하며 국가기간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을 뒤흔드는 이 ‘익명의 시청자’는 꼭 밝혀져야 한다.
“선대인 소장의 발언이 KBS의 공식입장과 달라서 하차시켰다”는 해명도 구차하다. 각 분야의 전문가인 출연자가 해당 방송사의 공식입장을 미리 숙지하고 그것을 대변하는 경우가 이 세상 어디에 있는가? 선대인 소장이 발표한 “아파트 분양, 받을까 말까?”라는 주제에 대한 KBS의 공식 입장은 무엇이고, 선 소장의 의견은 어떻게 이와 다르다는 건지 KBS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만에 하나 출연자가 다수 국민의 상식과 어긋나는 발언을 했을 경우라도, 먼저 제작진을 통해 이의 시정을 권고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KBS가 모든 대화와 설득을 생략하고 대뜸 출연자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야말로 상식에 어긋나는 조치라 할 것이다.
PD연합회는 ‘익명의 시청자’ 의견을 제작진에게 강요하여 프로그램 파행을 자초한 윗선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자 하며, 많은 시청자들이 의아해 하는 이번 사태의 전말에 대해 솔직한 해명을 촉구한다. 아울러, 조직 명령체계 안에서 윗선의 지시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한 제작 자율성 침해를 결과적으로 수용한 <아침마당>의 CP와 PD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은 <아침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진실하고 생동감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든 PD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방치할 경우, 프로그램 내용과 출연자 발언에 대한 간섭과 보복이 일상화될 게 명약관화하며, 이는 대다수 PD들의 재앙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방송이 시청자 국민에게 외면 받는 작금의 현실을 돌이킬 수 없이 악화시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방송에 대한 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고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 등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 국회를 비롯한 모든 당사자들이 더 치열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2016. 9. 19
한국PD연합회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선대인 소장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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