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2016년은 누가 뭐래도 공유의 해다.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기록적인 성공에 이어 ‘밀정'(김지운 감독)까지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두루 받으며 흥행 연타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값진 건 ‘도가니'(황동혁 감독), ‘용의자'(원신연 감독) 등 인상깊은 연기를 펼친 작품들에도 불구, 여전히 대중에게 깊이 각인된 청춘스타, 로코킹의 수식어보다 배우 공유의 가치를 재평가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드라마틱하지 않은,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로 거둔 수확이기에 더욱 유의미하다. 좀비와의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 석우(‘부산행’), 의열단 리더 김우진(‘밀정’)은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한꺼풀 벗겨내면 연기력을 보여줄 만한 포인트가 그리 많지 않은 인물들이다. 공유는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평범함을 한껏 끌어안으면서도 배우 본연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와 정서를 더한다. 관객이 좀비 블록버스터를 보고도 눈물을 쏟아낼 수 있었던 건 이와 같은 작업 방식이 통했기 때문이다.
장식적인 연기가 아닌 내면의 풍경을 따라 감정의 결을 다듬는 과정은 ‘밀정’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밀정’은 의열단 리더 김우진과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강호)가 팽팽하게 주고받는 마음과 의심을 그린 영화. 영화 중반부까지 김우진과 이정출은 서로를 향한 경계를 끝까지 풀지 않는다. 김우진은 첫만남에 곧장 이정출에게 “형”이라 살갑게 부르며 술잔을 기울이지만 뒤돌아서자마자 취기를 거둔다. 하지만 서로에게 조금씩 쌓인 호감과 신뢰를 바탕으로 폭탄을 실은 경성행 열차에 함께 올라탄다. 서로 친구가 된 셈.
김우진이 이정출에게 투정 부리듯 부탁하고 재촉하는 모습이 그 나름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 역시 공유가 가진 특유의 소년미, 정서 덕분이다. 김우진이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영웅, 제 결핍을 끌어안고 기어이 한계를 극복하고 마는 영웅은 공유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지운 감독 역시 TV리포트와 인터뷰에서 “공유가 지닌 본연의 깨끗하고 스마트한, 사색하는 이미지를 김우진 캐릭터에 제격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송강호라는 대배우와 함께 섬세하게 쌓아 올린 시선, 호흡의 서사는 공유가 ‘밀정’을 통해 배우로서 얼마큼 성장했는지 보여주는 지점이다. 송강호, 이병헌 앞에서 부러 욕심부리지 않고 영화 전체를 계산한 여유도 돋보인다.
공유는 차기작인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우울하고 고민 많은 도깨비를 연기한다. ‘남과 여’, ‘부산행’, ‘밀정’으로 숨 가쁘게 달려와 조금은 지친 제 모습을 도깨비라는 인물에 녹여내겠단다. ‘도깨비’가 빤한 로코가 아닐 것이란 기대감은 이러한 공유의 태도에서 기인한다. 공유는 어느덧 존재만으로도 작품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배우로 성장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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