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박찬욱 감독이 남녀평등주의자, 즉 페미니스트가 된 계기를 전했다.
지난 25일 영화 ‘아가씨’의 북미 개봉 이후 현지 프로모션 중인 박찬욱 감독은 최근 인터뷰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올드보이’는 내가 열혈 페미니스트(big feminist)가 된 계기”라고 밝혔다.
그간 박찬욱 감독은 ‘친절한 금자씨’, ‘스토커’ 등을 통해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그려왔다. 숱한 작품에서 타자화된 시선에 머물러 기능적으로 소모되던 여성 캐릭터는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만큼은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개봉 전 동성애, 베드신으로 화제를 모은 ‘아가씨’ 역시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여성 해방 패러다임에 방점을 찍는 작품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히데코(김민희)에게 마음이 더 갔던 게 사실이다. ‘아가씨’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성적학대를 받으며 자란 히데코가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극복하는 이야기”라며 “숙희(김태리)가 아주 중요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히데코가 ‘아가씨’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숙희는 더 용감하고, 더 주도적이고, 더 행동 지향적인 한국 여성을 대변한다. 때문에 더 사랑스럽게 그려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올드보이’ 이전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언제 페미니스트가 됐고 그 이유는 뭔가”라는 질문에 그는 “‘올드보이’ 이전부터 페미니스트 성향은 있었다. ‘올드보이’ 이후 열혈 페미니스트가 됐다”라고 답했다.
박찬욱은 자신의 작품 ‘공동경비구역 J.S.A’를 예로 들며 “원작에서는 남자였던 조사관(이영애)을 의식적으로 여성 캐릭터로 각색했다. 때문에 ‘올드보이’ 이전에는 페미니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또 박찬욱은 “‘올드보이’에서 완전한 진실에 접근할 수 없는, 진실로부터 배제되는 유일한 캐릭터가 바로 여성(미도, 강혜정) 캐릭터란 걸 깨닫고 굉장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 깨달음이 ‘친절한 금자씨’를 만들게 했고 그 영화 이후 나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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