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가려진 시간’, 충무로에서도 판타지 멜로가 가능하다니. 신비롭고 애달픈 멜로가 탄생했다.
1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 언론시사회에는 엄태화 감독과 배우 강동원, 신은수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어른이 돼 나타난 13살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미쟝센단편영화제 대상 수상작인 단편영화 ‘숲’과 장편영화 ‘잉투기’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가려진 시간’은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영화적 상상력으로 가득찼다. 갇힌 시간을 표현한 미쟝센과 시간을 잡아 먹는 요괴라는 설정 등, 전에 본 적 없던 소재들이 돋보인다. 개성 강한 아이들 캐릭터도 깨알 같은 재미를 안긴다. ‘곡성’, ‘암살’, ‘놈놈놈’ 등의 음악을 감독한 달파란의 OST도 영화가 지닌 감성을 더욱 짙게 만든다.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갇힌 시간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 판타지, 멜로라는 다채로운 감성으로 풀어냈다는 점. 성민이 시간 속에 갇히기 전까지는 어드벤처물의 교과서인 ‘구디스’를 떠올리게 하고, 그 이후로는 미스터리와 멜로가 능수능란하게 교차돼 관객을 사로잡는다. 아이의 말을 믿지 않는 어른들과 그 사이 아이들의 외로움, 멈춘 시간과 흐르는 시간의 교차가 그 자체로 풍성한 영화적 재미를 안긴다.
엄태화 감독은 “비현실과 현실이 충돌하는 소재에 관심 있다. 표현 방법이 다를 뿐이지 ‘잉투기’, ‘숲’도 가상현실, 꿈에 대한 영화였다. 이번 영화로는 시간이 뒤틀린, 멈춘 시간이라는 설정을 택했다. 멈춘 시간 안에 계속 살면 어떤 느낌일까 떠올려 보니 외롭고 쓸쓸한 인생일 것 같더라. 멈춰진 세계 안에서의 이야기가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복 신드롬을 일으키며 540만 관객을 사로잡고 ‘검사외전’으로 980만 관객을 동원한 강동원은 시간에 갇힌 뒤 어른이 돼 돌아온 성민 역을 맡았다. 홀로 어른이 된 인물의 미묘한 특징과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성인이면서 동시에 아이의 느낌을 가진 강동원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영화 전체의 무드를 만들어냈다. 강동원은 첫눈에 반한 아이이자 자신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수린을 향한 멜로를 아름답고 순수하게 그려냈다.
강동원은 “내가 느끼는 감정보다 관객이 느끼게 될 감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3살에서 어른이 돼 돌아온 소년이라는 감정의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했다. 그 적정선은 관객과 내가 느끼는 감정 그 사이였다.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신은수는 성민을 믿어준 단 한 명의 소녀 수린 역을 맡아 외로움이란 정서를 차분하게 표현하며 대형 신인의 탄생을 예고한다. 어른이 돼 돌아온 친구와의 사랑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표현했다.
‘가려진 시간’은 11월 16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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