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분량을 압도하는 존재감이다.
2002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오아시스’로 베니스 신인배우상을 받으며 충격적 데뷔식을 치른 문소리는 한동안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작품 안에서 헤매기도, 아깝게 소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문소리의 행보는 ‘오아시스’로 빛나던 시절 못지않은 활약이다. 그는 짧은 분량에도 영화에 결정적 역할을 해내며 작품에 든든한 힘을 불어넣고 있다.
시작은 영화 ‘아가씨’다. 어린 히데코(조은형)의 이모로 등장한 문소리는 첫 등장부터 숨 막히는 비주얼로 관객을 압도했다. 단정한 기모노 차림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문소리는 낭독회 장면에서 제 진가를 발휘했다. 코우즈키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결코 자존심과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아름답고 소름 끼친다. 자연스러운 일본어 연기와 불안한 심리를 표현한 섬세한 표정 연기는 영화에 결정적 긴장감을 심어 넣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지난 16일 개봉한 강동원 주연의 영화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가려진 시간’은 화노도에서 일어난 의문의 실종사건 후 멈춰진 시간 속에서 어른이 돼 나타난 13살 성민(강동원)과 유일하게 그를 믿어준 단 한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문소리는 이번 작품에서 수린의 심리치료사로 분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열고 닫는다. 믿기 어려운 수린의 진술을 귀담아듣는 심리치료사로 등장한 문소리는 특유의 차분하고 리얼한 연기로 마치 실제 일어난 일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엄태화 감독은 “심리치료사는 짧은 분량이지만 굉장히 무거운 역할이다. 때문에 중요한 배우가 무게를 심어주길 바랐다. 수린에게 관객 대신 질문을 던지며, 영화가 아닌 현실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역할”이라고 밝혔다.
2010년 박찬욱 감독의 단편영화 ‘파란만장’에 출연하려 했으나 불발된 인연으로 ‘아가씨’에 출연한 문소리. ‘파란만장’ 조연출 출신인 엄태화 감독은 한 해에 두 편의 영화에 특별출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문소리에게 직접 손편지를 써 마음을 전했다. 감독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문소리는 ‘가려진 시간’에 합류, 강력한 화룡점정을 찍어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아가씨’, ‘가려진 시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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