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베일을 벗은 ‘마음의 소리’가 불타는 금요일을 즐기고픈 시청자를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자랑했다. 원작 웹툰이 고스란히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 시트콤이었다.
9일 방송된 KBS2 새 시트콤 ‘마음의 소리’(이병훈 권혜지 김연지 극본, 하병훈 연출)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자기 색이 강렬한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조석(이광수)은 웹툰 작가를 꿈꿨다. 하지만 꿈이 이뤄지기엔 길이 멀었고, 엄마 권정권(김미경)은 그런 아들이 답답하기만 했다. 어딘지 어리숙한 조석은 갑작스러운 배탈에 공중 화장실에서 급하게 볼일을 봤다. 뒤처리를 하려 다보니 바지와 팬티까지 사용했고, 결국 하의 실종 상태로 얼굴만 가리고 집으로 돌아가려다 경찰에 붙잡히고 말았다.
엄마 생일도 까맣게 잊었던 조석은 “그깟 그림이나 그린다”는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 대들었다. 이후에야 엄마 생일을 알게 된 그는 반성의 마음을 담아 카드를 썼지만, 엄마와 아빠 조철왕(김병옥)은 조석이 가출한 줄로만 알았다. 장롱에 잠시 몸을 숨겼다가 케이크을 들고 등장하려던 계획은 무산됐고, 며칠을 장롱에서 보내게 된 조석이었다.
조석의 아빠 조철왕은 치킨집 사장님에 소소하게 영화 엑스트라를 했다. 하루는 북한군 역할을 맡아 촬영하던 중 NG를 냈고, 기분이 상한 그는 몰래 풀숲에서 낮잠을 청했다. 그가 없어진 것도 몰랐던 촬영팀은 촬영을 모두 끝냈고, 조철왕이 잠에서 깼을 땐 늦은 밤이었다.
북한군 복장을 한 조철왕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리얼한 분장 탓에 모두 그를 실제 북한군이라고 착각했고, 이는 조철왕만 눈치채지 못 했다. 버스에 힘겹게 올라탄 조철왕은 승객들의 합심으로 경찰에 넘겨졌다. 하의 실종 아들과 북한군이 된 아버지는 그렇게 경찰서에서 마주했다. 부끄러운 두 사람의 모습에 권정권도 조석의 형 조준(김대명)도 애써 모른척할 정도였다.
조석과 여자친구 애봉이(정소민)의 만남도 담겼다. 애봉이의 외모와 꼭 닮은 친구들이 대거 등장한 결혼식에서 조석은 제 첫사랑 애봉이와 재회했다. 2066년 미래에서 애봉이와의 만남을 떠올리는 조석의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됐다. 결혼식에서 애봉이와 조석의 만남이 50년 후까지 이어진다는 걸 짐작게 했다.
이날 ‘마음의 소리’는 첫 방송답게 캐릭터의 성격을 면면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의 흐름은 어느새 시청자를 시트콤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익히도록 했다.
여기에 조석과 웹툰 작가를 준비하다 먼저 꿈을 이룬 까칠한 성격의 웹툰 작가 송중기, 똑단발머리와 동그란 눈, 마중 나온 앞광대가 마치 쌍둥이 같은 강균성 김숙 정명옥 박나래 윤진이가 등장해 시청자를 혼란시키기도 했다.
웹툰을 찢고 나온, 아니 웹툰이 움직이는 것 같은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 ‘마음의 소리’. 오랜 시간 연재됐던 원작 내용 중 또 어떤 이야기가 살아서 펼쳐질는지, 웹툰 애독자도, 드라마로 먼저 접했을 시청자들도, 둘다 섭렵한 이들까지 기대케 만들었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KBS2 ‘마음의 소리’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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