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잘생김의 대명사’로 불리는 배우 정우성. 잘생김은 빙산의 일각일 뿐, 뇌와 마음은 그보다 더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다.
정우성은 18일 오전 10시 서울 삼청동 슬로우파크 지하1층에서 영화 ‘더 킹'(한재림 감독, 우주필름 제작) 라운드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모든 질문에 솔직하고 위트가 넘치는 답변을 쏟아냈다.
정우성을 비롯해 조인성, 류준열, 배성우 등이 출연한 ‘더 킹’은 무소불위 권력을 쥐고 폼 나게 살고 싶었던 태수(조인성)가 대한민국을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정우성)을 만나 세상의 왕으로 올라서기 위해 펼치는 이야기다.
18일 개봉됐고, 예매율 1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출연 배우로서 기분을 묻자 정우성은 “아주 통쾌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굳이 말하면, 정우성이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은 아니다. 정우성이라는 톱스타가 ‘더 킹’을 선택하고, 이토록 열심히 홍보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정우성은 메인 주인공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렇게 따지면 ‘감시자들’도 메인은 아니었어요. ‘더 킹’에서 메인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강식을 연기함으로써 제가 충분한 몫을 할 수 있겠구나 판단했고, 굳이 주인공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죠. 다른 배우보다 정우성스러운 걸 표현했을 때, 그게 메인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더 킹’에서 정우성은 대한민국을 주름잡는 권력의 설계자인 한강식으로 분했다. 정우성에게 첫 검사 역할이다. 악역으로 비치는 역할을 소화하며 정우성은 만족감을 느꼈다. 그는 “정의로운 모습을 연기하는 데도 쾌감이 있지만, 내가 미워할 만한 대상을 투영해서 내가 느끼는 관점을 공유하는 데도 쾌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의 개봉 시기가 요즘 시국과 잘 맞아떨어지면서 정우성의 정치적 소신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정우성은 “정치적 발언이 아닌 상식을 말했을 뿐이다”라고 정정한다. “상식을 이야기하는데 정치적 발언이라고 이해되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적 발언은 좌우를 나눠서 이야기하는 건데, 연기가 본업인 배우들은 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올해로 40대 중반에 접어든 정우성은 좋은 선배가 되겠다는 꿈을 추가했다. 그는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야지, 그런 것보다는 바람직한 모습의 선배, 좋은 선배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고 있다. 그런 모습을 위해서 하루하루 나아가는 게 나이를 잘 먹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라는 생각을 덧붙였다.
‘더 킹’에서 정우성은 후배 조인성, 류준열과 호흡했다. 두 배우에 대해 묻자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조인성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이 있고, 류준열은 개성이 있는 배우로,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극찬을 늘어놓지 않아도, 말 한 마디에 선배의 애정이 묻어난다. 그는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로 정평이 나 있지만 “현장에서는 그저 동료일 뿐”이라며 후배들로부터 배우는 게 더 많다며 겸손을 보인다.
현장에서의 배려심이 남다른 정우성. 그의 이런 ‘멋짐’은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이었다. 정우성은 “워낙 불후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세상에 나와서 떠돌아다니다 보니 소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며 “내가 받은 것에 대해서 소중하고 감사했고, 이왕이면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말했다.
무명이라 할 만한 시기 없이 스타로 20년 넘게 정상의 삶을 누리고 있는 정우성. 스타병에 걸려도 당연하게 느껴질 위치이지만, 정우성은 “스타병이 뭔지 모르겠다. 모르고 지나가서 다행인 것 같다”고 말한다. 스타병 없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는 건 정우성의 마음가짐이 확고했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다.
“더 큰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은 있었는데, 더 큰 스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정말로 큰 대인은 많은 사람과 함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