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유승준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입대 기피 의혹이 공소시효 없는 주홍글씨가 될 줄은. 댄스 음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스타였던 그가 한국 연예계 사상 둘 도 없는 미운털이 박힌 이가 될 줄은.
국내 입국이 금지된 유승준(스티브 유)의 두 번째 입국 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김주현)는 23일 유승준이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 총영사를 상대로 낸 사증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한국 입국이 거부된 것이다.
과거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 유승준의 인기는 말 그대로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의 인기가 물거품이 된 건 병역 기피 의혹이 제기될 때 쯤 돌연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다. 물론 최근 활동하는 한국 가수들 중에서도 입대 하지 않고 미국 시민권을 유지하는 이들이 많다. 왜 유독 유승준만 미움을 받는 것일까.
과거 유승준은 바른 생활을 하는, 건강한 청년 이미지로 활동을 이어갔다. 당시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던 가수 중 이중 국적을 가진 이는 그 뿐이었고, 이는 자연스럽게 ‘언제 군에 입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그럴 때 마다 유승준은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질 것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유승준이 해병대에 자원 입대할 것’이라는 뜬구름 잡는식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 처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유승준은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 전에 무대에서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던 그가 ‘원래 몸이 아팠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이는 대중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후 유승준에겐 실형 보다 더 무섭다는 ‘괘씸죄’가 낙인으로 새겨졌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입국을 거부 당했다.
유승준은 2015년 국내의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당시 논란에 대한 심경을 전했다. 사과가 늦어진 건 자존심 때문이었고, 최근에서야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걸 깨우쳤다며 무릎을 꿇었다. 늦었지만 다시 한국으로 오고 싶다는 것이다. 또 지금이라도 입대를 하고 싶은데, 나이가 해당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군에 입대할 수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영상을 통해 눈물까지 보인 그다.
문제는 사과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타이밍 또한 의심을 부추겼다. 그가 처음으로 이 같은 의사를 밝힌 시점인 2015년은 군면제가 되는 만 38세를 넘긴 때다. 유승준은 사과 영상에서 “이제라도 군대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만 38세 제한(입대 기준)이 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에게만 해당되고, 저 처럼 70년대 출생자들은 만 36세까지라 입대가 무산됐다”라고 말한 것. 한 마디로 입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이므로, 자신의 진심을 받아달라는 것이다.
유승준의 사과는 무려 13년이 지난 후였고, 하필 군 의무에서 면제되는 때였다. 의심을 안 하는 게 더 이상할 상황이다. 대중은 그리 순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건 유승준이 처한 현재의 처지다. 미국은 현재 해외 은행 계좌에 1만 달러(약 1000만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시민에게 국세청에 자신의 재산을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해외금융계좌 신고법’을 운영 중이다. 현재 미국 시민권자인 유승준의 주 수입원은 중화권과 동남아시아 쪽이다. 아시아에서 상당한 수백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챙긴 유승준은 미국에 자신의 재산을 신고해야 하는데, 그러면 미국과 중국 양쪽에 이중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실제로 유승준이 2014년 7월 병무청에 병역을 문의한 때는 미국에서 해외금융계좌 신고법을 발효한 시점과 같다. 스티브 유, 대체 왜 한국에 오려고 하는가.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유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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