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빈수레가 요란했던 것일까. 기대작들이 몰락하고 있다. 반격을 가할 틈이 없고, 유종의 미를 거두기엔 너무 먼 산으로 갔다.
MBC 수목드라마 ‘미씽나인’(연출 최병길, 극본 손황원)이 오늘(19일) 16부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회를 앞두고 있지만 아직 수습되지 못한 스토리가 너무도 많다. 용두사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청자의 우려가 속출하고 있다.
‘미씽나인’의 시작은 창대했다. 막강한 경쟁작 SBS ‘사임당: 빛의 일기’와 맞붙어 이길 자신감이 있다는 포부였다. 애초 이 작품은 중국의 투자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한 후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투자가 계획했던 것 처럼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고, 역대급 스케일이 될 것이라는 규모는 작아졌다. 중국 현지에서 촬영될 예정이었던 ‘미씽나인’은 드 넓은 땅, 대륙을 눈 앞에서 포기해야 했다. 대신 제주도의 한 섬에서 촬영을 이어갔다.
규모가 작더라도 이야기가 재밌으면 사람이 모이는 법. ‘미씽나인’의 진짜 문제는 스케일이 아닌 대본에 있다. 이 드라마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떨어진 9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심리와 이들을 둘러싼 사회적 음모를 다루면서 새로운 한국형 재난 드라마를 만들겠다던 포부는 점점 초심을 잃어갔다. 초반부 보여 준 스릴감이 이미 탄력을 잃은지 오래다. 치열하게 그려야 할 주인공들의 심리전 역시 공감할 요소가 부족했다. 이야기 자체가 개연성을 잃었고, 그럴수록 시청률은 곤두박질 쳤다. 연출을 맡은 최병길 감독이 SNS에 불만글을 올렸던 행동이 이해가 갈 정도로 황당한 전개가 연이어 이어졌다.
‘사임당: 빛의 일기’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영애가 14년 만에 안방에 컴백하는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떠들썩했지만 그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무색할 정도로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적다. 특히 자신이 거의 처음이라고 주장하던 작가의 ‘타입 슬립’ 소재는 패착의 원인 중 하나다. 현대와 과거를 이어가는 스토리는 혼란을 가중시켰다. 타임 슬립은 판타지 장르지만 그 안에 반드시 시청자가 납득할 수있는 논리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사임당’ 속 타임 슬립은 굳이 등장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에 지지부진한 전개까지 천하의 이영애가 컴백한 작품이었지만, 재미가 부족한 대본을 이길 방도는 없었다.
기대작들이 몰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하지 않은 스토리, 뻔한 전개를 이어가는 대본이 있다. 동시간대 경재작인 KBS2 ‘김과장’은 최약체로 여겨졌지만 두 작품의 빈틈을 완벽히 메우고 반격을 가하는데 성공했다.
‘김과장’은 보다 시원하고, 확실한 이야기를 원하는 시청자의 심리를 읽어냈다. 반면 시청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한 ‘미씽나인’과 ‘사임당’은 내리막길이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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