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박설이 기자] 시퀄이 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혹은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 잊고 있기도 했다. 최근 어떤 영화들이 십수 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난 끝에 속편을 내놓았고, 혹은 준비 중일까.
# 이 속편, 꼭 보고 싶습니다
14년 만에 예전 출연진 대부분이 뭉쳐 ‘러브 액츄얼리’의 속편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정식으로 스크린에 상영되는 게 아닌 단편 형식의 10분짜리 영상이지만 그때 그 감독과 배우들이 다시 만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최근 ‘러브 액츄얼리’ 제작진은 14년 만에 다시 만난 배우들의 촬영 현장을 공개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2003년 영화에 출연한 휴 그랜트, 리암 니슨, 키이라 나이틀리 등 톱스타들이 10분짜리 단편을 위해 의기투합, 촬영장에서 다시 만났다. 나이 든 리암 니슨과 훌쩍 자란 토마스 생스터, 총리와 총리실 직원을 연기했던 휴 잭맨과 마틴 맥커천, 레전드가 된 스케치북 고백의 재현 등 다양한 화면이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러브 액츄얼리’의 속편 제목은 ‘레드 노즈 데이 액츄얼리'(Red Nose Day Actually)로, 10분 분량으로 제작된다. 오는 23일 영국 BBC를 통해 공개된다.
앤 해서웨이를 스타덤에 올린 ‘프린세스 다이어리’도 돌아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3편 제작 계획을 밝혔으나 지난해 세상을 떠나고 만 고(故) 게리 마샬 감독을 기리기 위해 앤 해서웨이와 줄리 앤드류스가 속편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론 아직 속편 스토리 등에 대한 어떠한 힌트도 없다. 속편이 제작될 가능성만 제기된 상황. 그러나 평범한 고등학생이 갑자기 한 나라의 공주인 게 밝혀지며 펼쳐지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13년 만에 펼쳐질지 모른다는 가능성만으로도 팬들의 기대감은 치솟고 있다.
# ‘트레인스포팅’+20년=’T2’
둥둥둥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이기 팝의 ‘Lust for Life’에 맞춰 거리를 달리는 이완 맥그리거를 관객의 뇌리에 박히게 한, 그를 세상에 알린 영화 ‘트레인스포팅’. 대니 보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1996년작 ‘트레인스포팅’은 21년 만인 2017년 속편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뒷골목에서 목표도 희망도 없이 마약에 기대 살아가는 패거리,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들이 달리고 달리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개봉 당시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1년이 지난 2017년, 속편인 ‘T2:트레인스포팅2’가 돌아온다. 영화에서도 20년의 공백을 담았다. 20년 만에 에든버러로 돌아온 주인공 마크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의 이야기다. 17일 북미에서 제한 상영 후 31일 정식 개봉하며, 국내 개봉은 미정이다. 원년 멤버들을 21년 만에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다.
# 돌아온 블록버스터, 추억으로 남았더라면
상상만 했던 일이 스티븐 스필버그의 손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긴 ‘쥬라기 공원’ 시리즈. 1993년 개봉한 이 영화는 그야말로 혁명이었다.
2편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까지 스티븐 스필버그가 직접 연출하고, 3편인 ‘쥬라기 공원3′(2001)은 조 존스톤 감독이 연출했다. 많은 관객들이 “2편까지만 좋았다”고 평가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속편으로 관객에게 안긴 실망감을 잠재우려 2015년 ‘쥬라기 월드’라는 제목으로 돌아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을 맡아 1편 ‘쥬라기 공원’의 22년 뒤 이야기를 그린 ‘쥬라기 월드’. 1억 5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거대 스케일의 공룡 세계는 한층 리얼해진 CG가 감탄을 자아내며 흥행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진부하다” “추억팔이” “개연성 없는 스토리” 등 평가를 피하지 못 했다.
2017년, 속편의 속편 ‘쥬라기 월드2’가 제작된다. 전편의 혹평을 호평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런가 하면, 지난해 꼬박 20년 만에 돌아온 블록버스터 ‘인디펜던스 데이'(1996)의 속편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2016)도 있었다. 윌 스미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이 영화는 윌 스미스 없이 돌아온 탓인지 관객에게 그리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 했다.
전작에 출연했던 빌 풀만, 제프 골드브럼이 출연하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윌 스미스는 아들 제이든과 함께 출연하는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출연을 거부했다.
최악의 우주 전쟁을 치렀던 인류가 또 한 번의 침공에 대비한다. 그런데 어째 얘기가 20년 전의 반복이다. 재난, 전쟁을 화려하고 거대하게 스크린에 옮긴 것 외에는 뻔한 스토리와 허술한 연출, 눈에 거슬리도록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중국 기업 PPL 등 불편한 요소가 더 많았던, 안 만드니만 못한 속편이었다.
박설이 기자 manse@tvreport.co.kr / 사진=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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