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보통사람’ 1987년, 2017년과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영화가 탄생했다.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보통사람’ 언론시사회에는 김봉한 감독을 비롯, 배우 손현주 장혁 김상호 조달환 지승현이 참석했다.
‘보통사람’은 1987년, 보통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 성진(손현주)이 나라가 주목하는 연쇄 살인사건에 휘말리며 삶이 손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대한민국 최초 연쇄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정치공작이라는 흥미로운 설정이 일찍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영화는 88서울올림픽을 1년 앞둔 1987년을 배경으로 한다. 전두환 정권이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조치(4.13 호헌조치)를 발표함으로써 군사독재 절정기를 유지하던 시기. 안기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은 대중의 시선을 옮기기 위해 가수 대마초 사건, 간첩 사건을 조작한다는 내용이 관객들의 분노를 일으킨다.
감독은 “‘더킹’, ‘내부자들’과 같은 영화는 우리보다 훨씬 훌륭하다. 특별히 참고하진 않았다. 이번 영화의 가장 큰 콘셉트는 투샷이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감독은 “(극중 고문으로 사망하는)자유일보 기자 추재진(김상호)은 박종철 열사를 모티브로 했다. 1980년대와 70년대가 뒤섞여 있다. 영화 곳곳에 이스터에그를 심어뒀다”고 전했다.
현대사 변곡점이 된 영화의 배경은 국정논란으로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단이 일어난 2017년과 닮아 있다. 나라가 기획한 사건 한가운데 놓인 보통사람의 처절한 절규가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감독은 극중 안기부 고문 검사에서 훗날 판사가 되는 최규남(장혁) 캐릭터가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비슷하다는 것에 대해 “촬영할 땐 그분(김기춘)을 정말 몰랐다. 세상이 바뀌어서 ‘이런 영화를 해야지’라는 작품은 아니다. 영화 기획하고 투자하는 데 몇 년이 걸리지 않나. 오해하지 말아달라. 우연의 일치”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연이 제대로 한몫했다. 가족과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자 했던 보통사람 성진을 연기한 손현주는 안기부 실장 규남(장혁)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고 고뇌하는 인물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괜히 믿고 보는 손현주가 아니었다. 캐릭터의 감정이 다소 급박하게 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순간에도 손현주의 정확한 연기만큼은 돋보였다. 안기부 실장 역을 맡은 장혁 역시 서늘한 카리스마를 과시했다.
조달환의 투혼도 빠질 수 없다. 기획수사 최대 피해자 김태성을 연기한 조달환은 15kg을 감량, 고문에 무너져내리는 보통사람의 얼굴을 처절한 열연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김상호, 라미란, 정만식, 박형수, 오연아 등 조연들도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나리오의 빈틈을 채운다.
‘보통사람’은 ‘히어로’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월 23일 개봉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