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모아야 하는 상업영화로서는 타깃층이 한정된 청불 등급은 흥행 걸림돌이 되기 쉽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극장가에는 의외의 흥행 성적을 거둔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청불 등급=흥행 핸디캡’이라는 공식은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이병헌 주연의 내부자들’은 700만 관객의 지지를 받았다. 감독 확장판인 ‘내부자들:디 오리지널’까지 더하면 약 900만명의 관객이 ‘내부자들’을 관람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극장가 성수기인 여름 420만 명이라는 흥행 성적표를 얻었다. 이는 ‘친절한 금자씨'(365만 명)를 넘어선 박찬욱 감독의 청불 영화 가운데 최고 기록이자 ‘공동경비구역 JSA'(583만 명)를 잇는 두 번째 흥행 성적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이번 주 박스오피스만 보더라도 한석규, 김래원 주연의 영화 ‘프리즌’이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디즈니 실사영화 ‘미녀와 야수’에 밀려 한동안 기죽었던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세운 이 영화 역시 청불 등급이다. 그에 앞서 슈퍼히어로 영화 ‘로건’이 비수기에도 불구 200만 돌파에 성공했다.
청불 영화의 성공 이유는 다양한 표현과 체험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의 팔과 목이 댕강 잘려나가고, 스크린에 피가 낭자하고, 질펀한 19금 농담이 오가더라도 그것이 영화적 재미를 담보한다면 흔쾌히 관람한다는 것. “잔인하지만 재밌어”, “징그럽지만 재밌어”라는 SNS 입소문이 이를 증명한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14) 역시 영화가 지닌 풍자적 재미와 B급 매력이 높은 수위에 힘을 얻은 케이스. 애매한 15세, 밋밋한 12세보다 타깃이 명확한 청소년 관람불가가 낫다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로건’은 애초 기획부터 R등급(청불)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 R등급 흥행 역사를 새로 썼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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