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말모이'(엄유나 감독)이 영화 속 실제 사건을 공개했다.
#1. 맞춤법 통일이 목표! 치열했던 토론 현장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해 당시의 역사를 소재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질 것을 예고한 2019년. 첫 포문을 연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으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조선어학회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제정하기 위해 고려 청년회관에서 3년 동안 무려 125회에 걸쳐 독회를 열고 표준어와 사투리를 정하는 데에 매진했다. ‘모든 모임의 회의는 조선어학회처럼 해야 한다’고 할 만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았으며, 결론이 난 사항은 불평, 불만 없이 깨끗이 받아들였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도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전국의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모으는 장면은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열정을 고스란히 전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2. 엉덩이, 엉뎅이, 응디 ≠ 궁둥이, 궁디, 궁뎅이, 뜻이 다르다
조선어학회와 전국 교사들의 열띤 토론 끝에 지금 우리가 따르고 있는 한글 맞춤법 규정 및 외래어, 표준어 규정의 틀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엉덩이, 방뎅이, 궁둥이, 궁뎅이 등의 용어에 대한 정의가 쉽게 나지 않자, 이를 정리하기 위해 신체 부위 노출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실제 일화를 듣게 된 엄유나 감독은 조선어학회를 비롯한 전국 교사들의 사전에 대한 열정을 영화에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바로 엉뎅이, 응디, 궁뎅이, 궁디, 방디 등 각 지역의 사투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엉덩이와 궁둥이의 뜻 차이를 어렵게 설명하는 ‘정환’(윤계상)을 답답해하며 직접 나서서 분필로 엉덩이와 궁둥이를 구분하는 ‘판수’(유해진)의 모습을 담은 장면. 늘 까막눈이라고 구박받고 무시만 당하다가 ‘정환’보다 더욱 명쾌한 설명으로 공청회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마저 통쾌함을 느끼게 만든다.
#3. ‘한글’ 잡지에 ‘말모이’ 광고 실어 전국의 말을 모으다
갈수록 심해지는 일제의 탄압에도 사전 편찬 작업을 멈출 수 없었던 조선어학회는 위험하지만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된다. 잡지 ‘한글’에 전국의 사투리를 모은다는 내용의 일명 ‘시골말 캐기’ 광고를 실은 것. 이 광고가 실린 책과 함께 방언 조사 수첩을 전국의 학생들에게 판매하고, 이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스스로 방언을 채집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방언 조사 수첩은 조선어 교사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영화에서도 담겨 있듯,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 조선어학회 회원들을 주축으로 ‘말모이’에 뜻과 마음을 보내는 이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위인들의 것이 아니라, 결국 보통 사람들의 작지만 큰 선택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이뤄지는 것임을 실감 나게 한다. ‘말모이’에 함께하는 것으로 큰 용기를 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따뜻한 감동과 웃음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말모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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