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최근 종영된 MBN 드라마 ‘연남동 539’에서 짧은 등장만으로도 여심을 내려놓게 하는 남자. 트레이너 구태영 역의 배우 최우혁이다. ‘구릿빛 피부, 포텐 터지는 치골을 갖춘 상남자 중의 상남자’라는 캐릭터를 완성하기에 적임이었단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TV에서 낯선 최우혁이 뮤지컬계에서는 ‘괴물 신인’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단다. 데뷔한 지 고작 3년도 안 됐지만, 굵직한 대형 뮤지컬에서 주연을 꿰차고, ‘팬텀싱어2’에서 수준급 가창력과 꽃미남 외모로 깊은 인상을 남긴 최우혁이다. 연기와 노래 모두 실전을 통해 짧은 기간 터득한 실력이란 게 놀랍다.
드라마 종영 후 TV리포트가 만난 최우혁은 더 ‘대박’인 인물이었다. 보기와 다르게 털털하면서 고차원의 유머감각을 지녔다. 인터뷰하는 시간의 끝을 잡고 싶을 만큼, 재밌는 남자였다. 예측 불가한 매력이 다분한 최우혁.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은 최우혁이 괴물 신인이 된 비결을 알 수밖에 없다.
최우혁의 꿈은 체육 교사였다. 전국의 체대 입시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뛰어난 운동 신경의 소유자였다. 명문대 체육교육학과에 지원하려던 최우혁은 체육 교사가 되더라도 정작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념했다.
체대 진학을 포기한 그는 “이제 뭐 하지 하다가 홍상수 감독님 아래에서 당시 일했던 사촌 형의 권유로 연극 영화과 입시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수까지 해서 들어간 학교는 최우혁과 맞지 않았다. 서경대에선 일주일 만에 자퇴했고, 삼수해서 들어간 동국대 역시 한 달도 채 다니지 못 했다.
“아버지가 매우 화를 내셨죠. 평생 우유배달을 하며 성실하게 사신 분이니, 제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 하는 걸로 보이셨을 거예요.”
그러던 최우혁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관람이었다. 뮤지컬 배우 이건명의 무대를 보며 최우혁은 “배우 꿈이 전혀 없었는데, 너무 멋있더라”라며 “인터넷에서 ‘배우 되는 법’ ‘노래 잘하는 법’을 검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 레슨비를 벌던 최우혁은 ‘프랑켄슈타인’의 앙상블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런데 제작진은 최우혁을 앙상블이 아닌 주연으로 발탁했다. 모두가 믿기 어려운 결과였다. 검증된 실력도, 뮤지컬계 제대로 된 인맥도 없는 생초짜 신인이 처음 본 오디션에서 주연이 됐으니 말이다.
“캐스팅 발표에 ‘아빠가 국회의원인 듯’ ‘얘 아빠 누구래?’라는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아버지는 ‘게으르면 빨리 죽는다’는 신조를 가진 우유 배달원이거든요. 380집에 우유를 배달하셨어요. 제가 중학생 땐 ‘돈이란 이렇게 버는 거야’라며 80집 배달을 맡기셨죠.”
파격적인 주연 발탁, 최우혁은 자신의 첫 데뷔 무대가 된 ‘프랑켄슈타인’에서 우려를 날려버렸다. “연기도 그렇지만, 노래도 노래방에서 노래 좀 부를 줄 아는 동네 형 수준이었죠. 하지만 관객들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는데,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끝마칠 수 있었어요.”
‘괴물 신인’이라는 극찬이 쏟아졌다. 최우혁은 그러나 괴물 신인 수식어에 “그냥 괴물 역할을 했던 신인이라는 뜻이다”라며 겸손을 드러낸다. 뮤지컬계는 최우혁에 주목했다. ‘밑바닥에서’ ‘벤허’ ‘명성황후’ 등 굵직한 뮤지컬에 주연으로 섰고, 6월엔 ‘번지점프를 하다’에 출연한다.
뮤지컬 데뷔 3년도 안 된 배우의 프로필이 화려하게 채워졌다. 뮤지컬뿐만 아니라 ‘팬텀싱어2’로 인지도를 높였고, ‘연남동 539’에서 드라마 연기도 익혔다. 최우혁은 “‘팬텀싱어2’를 본 제작진이 저를 캐스팅 리스트에 올려놨는데, 제 순서가 온 것”이라며 “가벼운 시트콤이라고 해서 재밌겠단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TV 연기의 맛을 보면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곳 또한 무대다. 수입이나 대중적인 인지도 면에서 무대보단 더 파급력이 있기 때문. 그러나 최우혁에겐 뮤지컬이 전부다. 최우혁은 “뮤지컬은 진짜 재밌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지만, 무대에서 바라보는 관객석은 대박이다. 그 압도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한 신이 끝났을 때 해냈다는 느낌도 있다”고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폭발했다.
최우혁은 현재 ‘명성황후’에서 홍계훈 역으로 주말엔 하루 두 번의 무대를 소화 중이다. 그는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은 작품이다. 지금도 두렵다”면서도 ” 제가 태어났을 때 등장한 작품인 만큼, ‘명성황후’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우혁은 홍계훈 역에 대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죽는다는 건, 실제론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하며 “역할이지만 로망을 이뤄볼 수 있는 것 같다. 대리만족 중이다”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진검을 쓰는 장면에선 위험해 앙상블과 합을 맞추느라 진땀을 뺀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괴물 신인이라 불리며 뮤지컬계의 주목을 받지만, 최우혁은 ‘야망이 있는 배우’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롤모델도 특별히 정하지 않았다. 최우혁은 “롤 모델을 정한다 해도 그분처럼 될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유준상 선배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은 해요. 전 배우로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내, 아이들과 행복하고 왁자지껄하게 살 거예요.(웃음)”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대학내일, 뮤지컬 ‘명성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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