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길동아, 이제야 나는 전하께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전하께오선 폐비 때문에 이 피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야. 전하께선 임금의 힘을 길들이려 했던 지난 조선의 백년을 지우고, 임금의 힘에 온전히 길들여진 새로운 조선을 쓰고 싶으신 게야. 그리고 조선을 길들이기 위해 전하가 쓴 도구는 바로 폭력이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월화특별기획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24회에서는 연산(김지석)의 폭력 정치가 극을 달했다. 길동(윤균상)과 길현(심희섭)은 폭군을 향한 응징을 준비하며 시청자를 대리만족시켰다.
드라마는 폭력으로 모든 권력을 움켜쥔 연산을 통해 독점된 권력이 어떻게 한 나라를 붕괴시키는지를 보여줬다. 본래 조선은 대신과 대간들로 하여금 임금의 힘을 길들이게 한 나라지만 연산의 피의 정치로 언로를 차단했다. 중신들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한없이 비굴해졌다.
백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싸워본 적도 이겨본 적도 없는 백성은, 피하고, 지고, 당하는 것에만 익숙해서 희대의 폭군에게 반기를 들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다.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준 것은 역시 홍길동 사단. 관아를 털어 무기를 확보하고, 무기 활용법을 훈련시킴은 물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참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좋은 리더를 만난 백성은 못난 임금과 비겁한 중신들을 혼내주러 갈 용기를 냈다.
드라마는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의 위험성을 말함과 동시에 좋은 지도자가 어떻게 백성을 계몽하는지도 보여주면서 재미뿐만 아니라 메시지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시청자는 연산의 폭정에 분노했다가, 홍길동 사단의 떠들썩한 활약에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재미를 느꼈다는 반응이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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