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서요. 하하하”
감독으로 데뷔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이 사람만큼 솔직한 답변은 없을 것이다. 50대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배우 차인표 이야기다.
그가 연출을 맡은 영화 ‘옹알스’가 오는 5월 30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연기자로서 활약했던 차인표의 첫 장편영화인 만큼, 많은 이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옹알스’ 언론시사회에서 차인표는 이날 공동연출을 맡은 전혜림 감독과 함께 취재진 앞에 섰다. 차인표는 “기획부터 촬영, 편집하는 내내 이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끊임없이 걱정했다. 드디어 완성돼서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옹알스’는 12년간 21개국 46개 도시에서 한국 코미디를 알린 넌버벌 코미디팀 옹알스의 미국 라스베가스 도전기를 담은 작품으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지난 1993년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인 후, 어느덧 데뷔 26년에 접어든 차인표. 왜 이제서야 영화감독으로 뛰어들었을까 궁금할 텐데.
차인표는 “다른 영화 감독들이 나에게 출연 섭외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1995년 ‘멀고 먼 해후’부터 내가 나온 영화들이 유독 반응이 안 좋았다. 대통령 역으로 특별출연한 ‘감기’ 이후 대본이 뚝 끊겼다”며 “영화를 계속 하고 싶은데, 아무도 찾지 않아서 직접 감독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덧붙였다.
호기롭게 연출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차인표는 “지난 2016년 영화사를 설립했을 당시, 내 나이가 50살이었다. 이를 기념해 단편영화 ’50’을 만들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으나, 심사에서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옹알스’ 촬영도 쉽지 않았다. 최초 기획 다큐멘터리로 계획해 지난해 5월에 촬영을 끝내려고 했으나,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많았다. 촬영팀이 예정보다 일찍 해체돼 전혜림 감독과 함께 직접 카메라를 들고 옹알스 멤버들을 찍었다”고 덧붙였다.
두 번 도전 끝에 감독으로서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도 공개했다. 차인표는 “진지하게 영화인으로 인정한다는 합격증을 주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며 “한편으로는 1년에 1000편 이상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다른 이들의 기회를 내가 빼앗는 게 아닐까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차인표는 “끝까지 만든 것으로 만족한다. 상영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 관객 여러분들이 도전에 대해 돌아볼 수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리드하면서 진지한 답변으로 일관한 차인표는 이미 준비가 완료된 영화 감독이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옹알스’ 스틸,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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