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한동안 초심을 강조하더니, 이번엔 본심을 언급했다. 그만큼 진정성을 쏟아 부었다는 뜻이겠지. 물론 간절하다는 속내도 있을 테고. 그래서 일단 성공적이다. 빌보드 시장에 재도전하겠다는 싸이의 숨은 뜻이 담긴 이번 컴백이.
가수 싸이가 지난 10일 오후 6시 발표된 정규 8집 ‘4×2=8’가 8개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타이틀곡 ‘I LUV IT’의 선전이었다. 발매직후 6위(멜론 기준)로 진입했던 이 곡은 11일 오전 1위로 치솟았다. 또 다른 타이틀곡 ‘NEW FACE’와 수록곡들이 그 뒤를 이어 히트 몰이 중이다.
이번 컴백은 싸이에게 중요했다. 2016년 11월 앨범 발매를 계획했던 싸이는 당시 최순실 게이트 구설수에 오르며 모든 일정을 급히 취소했다. 싸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2017년 5월, “초심보다 본심으로 앨범을 준비했다”는 싸이는 자신의 ‘빌보드 병’을 곱씹었다. 새 앨범을 두고 싸이는 “물론 앨범의 흥행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음악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빌보드 욕심도 없다. 이번 앨범은 내수용이다. 그러면 너무 뿌듯하고, 보람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런데 싸이가 빌보드 병을 완전히 없앴는지는 의문이다. 타이틀곡 ‘I LUV IT’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렇다. 2012년 ‘강남스타일’과 가장 비슷한 화면을 담아낸 ‘I LUV IT’은 곳곳에 한국 색을 배치한 영리한 구성이다. 물론 그건 싸이가 한국 정서와 문화를 특히 좋아했다고 풀이할 수 있겠다.
하지만 배우 이병헌의 등장은 다르다. 이병헌은 현존하는 배우 중, 아니 역대 한국배우 중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스타로 꼽힌다. 반면 국내 정서상 이병헌은 결코 좋은 이미지를 얻고 있지 않다. 그건 출연한 이병헌도, 섭외한 싸이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싸이는 ‘내수용’이라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에 이병헌을 출연시켰다.
‘I LUV IT’ 뮤직비디오에서 이병헌의 존재감은 크다. 싸이 대신해 립싱크를 맡았고, 강렬한 눈빛을 쏘며, 심지어 춤까지 춘다. 이병헌의 클로즈업 컷도 연달아 등장한다. 이병헌의 할리우드 작품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I LUV IT’ 뮤직비디오는 공개 14시간 만에 404만 뷰를 넘겼고, 싸이 측은 이 기록을 자축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덕에 글로벌 성장한 싸이. 누구보다 뮤직비디오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결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콘텐츠다. 싸이는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올랐으며, 전 세계를 이 곡 하나로 돌았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싸이는 이번 ‘I LUV IT’에도 또 한 번 빌보드 성과를 이뤄내고 싶은 욕심을 삽입했다. 싸이 주장대로 음악은 ‘내수용’으로 만들었을지 몰라도, 뮤직비디오는 철저히 ‘수출용’이다.
처해진 상황 탓에 더 이상 ‘초심’이 어렵다는 싸이는 ‘본심’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병헌을 전면에 내세우며, 빌보드 차트 도전 욕심은 없다고 했다. 아마 ‘강남스타일’ 이후 싸이는 매 신곡을 낼 때 마다 그랬다. 더 이상 빌보드 차트 입성을 노리지 않겠다고.
과연 진짜 그럴까. 차라리 이병헌을 통해 널리 뮤직비디오를 홍보하고, ‘I LUV IT’로 또 한 번 빌보드 차트에 도전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본심’ 안에 숨겨진 ‘진심’을 꺼내놓았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꽤 솔직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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