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왕은 사랑한다’ 임시완에게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 닥쳤다. 언제나 나의 사람이라고 믿었던 벗 홍종현의 배신, 사랑하는 여인 임윤아의 거부, 제 곁에서 떠날 것이라 생각지 못한 어머니 장영남의 죽음이 한 번에 들이닥친 것. 이에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는 그의 포커페이스가 화면에 담기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찢어지게 만들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제작 유스토리나인, 감독 김상협, 극본 송지나) 33,34회에서 왕원(임시완 분)은 어머니, 사랑하는 여인, 벗을 동시에 잃으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특히 원은 원성공주(장영남 분)의 죽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끝까지 어머니에게 모질게 대해 안타까움을 더욱 증폭시켰다.
혼례식을 마친 원은 충렬왕(정보석 분)과 원성공주(장영남 분)에게 예를 갖추는 것도 마다하고 왕단(박환희 분)을 홀로 둔채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원의 앞을 막아선 것은 왕린(홍종현 분)이었다. 린은 여인 때문에 원이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항간의 거짓소문을 거론하며, 자신과 산의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이미 산과 린의 입맞춤을 본 원은 “그게 고작 생각해낸 너의 핑계냐? 은산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모두 다 나를 위해서다?”라고 분노를 쏟아냈고 산을 현애택주로 임명해 자신의 곁에 둘 것임을 밝혀 갈등의 불씨를 던졌다. 원과 린의 갈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음 깊은 곳에 품어두고 물어보지 못했던 의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린은 은영백(이기영 분)의 죽음이 원성전과 관련있는 것은 아닌지, 이를 원이 알고 있었던 것인지 소리쳐 물었다. 이에 원은 “갖고 싶은게 어느쪽이야? 은산이야 내 자리야?”라며 쏘아 붙였고, 이어 자신의 명도 어기고 충렬왕과 원의 이복형인 강양공의 곁에 있었던 린의 저의를 확인하고자 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던 원과 린의 브로맨스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부숴져 버렸다.
원은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산을 궁에 가둬뒀다. 원은 “아무래도 넌 내 마지막인가 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이젠 너 말곤 없어 내가 다 쫓아냈거든”이라고 애달픈 고백을 했다. 이에 산은 자신이 원에게 해가 될 존재라고 말했던 단을 떠올렸다. 결국 산은 진심을 숨기고 거짓 고백을 전하는 것을 택했다. 궁으로 돌아온 것이 원과의 약조를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린을 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한 것. 또한 린과 함께 떠나려고 했다고 고백해 원의 마음을 받을 수 없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에 원은 상처받은 눈빛을 드러내 애처로움을 자아냈다.
린은 송인(오민석 분) 세력과 손을 잡고 산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다. 원성공주는 원성전을 조사하는 움직임이 보이자 원을 찾아왔지만, 원의 냉대로 그를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모자간의 깊어지는 갈등이 안타까움을 증폭시켰다. 원성공주는 동안거사 이승휴(엄효섭 분)와 함께 린의 도움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세자저하는 더 이상 벗이 아니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원성의 군사에게 칼을 겨누는 린의 모습에 부들부들 떨며 분노를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궁에서는 세자이자 제왕수업을 받는 중인 원 모르게 긴급 ‘도당회의’가 열렸다. 원이 누가 주최한 것인지 따져 묻고 있을 때 린이 등장했다. 그는 충렬왕의 위임을 받았다 밝혀 원의 멘탈을 흔들었다. 이어 계속해서 원을 궁지로 몰았다. 입궁했다가 급사한 은영백의 죽음에 대한 조사와 제왕수업을 진행한 세자 원에 대한 평가를 도당회의의 안건으로 삼은 것. 특히 은영백 죽음의 배후에 원성전이 있다고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원의 분노를 자극했다.
편전에서 원과 린이 신경전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있을 때, 충렬왕의 침소에서는 애통한 사건이 벌어졌다. 원성공주가 송인과 옥부용(추수현 분)의 관계를 알게됐고, 충렬왕의 건강상태가 이상함을 감지한 것. 하지만 이를 바로잡기엔 원성공주에게 시간이 없었다. 원성의 군사들은 송인의 세력에게 패했고, 원성공주는 사랑하는 작약꽃 한 송이를 바라보다가 홀로 죽음을 맞이해 울컥하게 했다. 원성공주의 죽음이 편전에 전해졌고, 왕좌에 앉은 원은 어머니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애잔하고 처연한 슬픔을 폭발시키는 그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뺐다. 동시에 어머니의 죽음, 믿었던 벗의 배신 등 비통한 슬픔과 분노를 자극하는 사건이 원에게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애처로운 ‘폭주’에 발동을 건 원의 모습이 어떻게 펼쳐질지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증폭시켰다.
이날 방송의 오프닝을 열고 엔딩을 닫은 임시완의 내레이션이 먹먹함을 배가시켰다. 그는 “왜 나는 한 번도 당신의 작약꽃이 되어 드릴 생각을 못했을까 꽃이 되지 못한 씨는 가시덩굴이 되었다”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왕원의 애처롭고 처연한 심정을 고스란히 담아내 몰입도를 상승시켰다. 왕원의 애환과 후회가 담긴 내레이션 한마디 한마디가 임시완의 물기 가득 머금은 목소리와 만나 울컥하게 만드는 뜨거운 울림을 선사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임시완을 ‘내레이션 장인’이라고 말하며 목소리만으로 캐릭터를 그려내는 그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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