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가수는 노래따라 간다더라. 익히 봐온 그림은 이번에도 어김없다. 왜 ‘깡’이라 붙였을까 했는데, 일주일이 지나니 수긍된다. 어떤 결과를 얻든,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깡’이었다.
월드스타, 레이니즘, 대체불가…로 불렸다. 아니 그런 때가 있었다. 지금의 성과는 영 타이틀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신 새로운 걸 얻었다. ‘김태희 남편’.
가수 비(본명 정지훈)는 지난 1일 미니앨범 ‘마이라이프 애(MY LIFE 愛)’를 발표했다. 데뷔 15주년을 자축했다. 하지만 포커스는 비의 신상 변화에 맞춰졌다. 그런 반응을 의식한 듯 “더 이상 아내(김태희)와 딸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언급이 처음 나왔던 당시, 비가 유난스럽게 보였다. 톱스타와 결혼, 첫 출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충족시켜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비는 영리했다. 이런 흐름을 모두 예상하고 던진 발언이라는 가정 아래.
올해 결혼을 했고, 첫 딸을 품에 안은 비. 하지만 가족 얘기를 하지 않겠다는, 그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김태희와 결혼을 하고, 김태희 닮은 딸을 낳았다는 비가 ‘도대체 왜 입을 열지 않겠다는 거지?’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따라 붙었다.
업계에서는 많은 말이 새어 나왔다. 그 중심에는 항상 김태희가 등장했다. 김태희는 남편 비의 컴백으로 자신의 사생활이 공개되는 걸 극도로 꺼려한다는 소문이었다. 출산 사실을 며칠 지나서 알린 것도, 비가 MC를 맡은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 가지 못한 것도 모두 김태희 때문이라고 쉬쉬거리며 빠르게 확산됐다.
그러나 비는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새 앨범 발매 기자회견에서 모두 아내와 딸의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김태희의 주량과 딸의 생김새까지 소개했다. 하지 않겠다던 가족 얘기는 비의 입으로 전달될 때 마다 화제가 됐다. 언론의 포커스, 대중의 관심사를 제 것으로 끌고 올 줄 아는 비는 분명 영리했다.
그리고 하나 더, 비는 ‘깡’이 셌다. 비는 새로운 프로듀서팀과 함께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음악을 선보였다. 전면에 내세운 ‘깡’이 두드러졌다. 한창 유행하는 스웩을 뿜고 싶었고, 죽지 않은 댄스 실력을 확인시키고 싶었을 테다. 하지만 낯선 음악은 비와 어우러지지 않았다. 신선함 대신, 이질감이 컸다. 15년이나 활동했는데, 그걸 모르지 않을 비가 그야말로 ‘깡’을 부린 셈이다.
결국 음원차트에서 비의 신곡들은 흔적을 남기지 못했다. 아무리 차트 변동이 심한 시대라지만, ‘그래도 비’가 낸 앨범인데, 일주일 만에 차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 이건 낭패다. 물론 발매 직후에도 좋은 성적은 아니었고.
이번 앨범 발매에 앞서 비는 “15년간 나의 자존심, 자부심이 있는 이야기를 써 넣어봤다”고 애착을 드러냈다. 홍보에도 적극적이었다. 비는 KBS를 거점으로 각 방송사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프로모션을 짰다. 그런 속에서 비의 앨범은 대중에게 처절하게 외면받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비는 물러서지 않는다. 여전히 비는 월드스타, 레이니즘으로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으니까. 더구나 김태희 남편까지 됐으니, ‘깡’이 더 세졌을 테지.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레인컴퍼니,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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