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17년 만이다. 8090세대를 열광케 만들었던 아이돌 그룹 H.O.T.가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는 완전체로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이 마지막 목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불가능을 기적으로 만든 것은 뒤늦게라도 용기를 낸 H.O.T 멤버들과 ‘무한도전’ 제작진의 오랜 염원 덕이 아닐까.
17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 ‘무한도전’ 토토가3 특집에서는 17년 만에 완전체 콘서트를 준비하는 H.O.T. 다섯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H.O.T.를 한 사람도 빠짐 없이 한 무대에 올리는 특집은 ‘무한도전’ 제작진이 수 년 전부터 기획하던 것이었다. 토토가 첫 시즌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김태호 PD와 제작진은 H.O.T. 섭외를 0순위에 뒀다. 하지만 뜻을 모으기 쉽지 않았고, 결국 젝스키스가 이들보다 먼저 무대에 오르는 행운을 누렸다.
젝스키스의 성공은 H.O.T.에 긍정적 자극과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특집이 뜻깊은 건 김태호 PD가 올해 상반기 안에 ‘무한도전’에서 하차하기 때문이다. 그의 마지막 특집은 사실상 H.O.T. 재결합인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H.O.T.는 수차례 재결합을 원했지만, 의견 차이로 시간이 늦어지게 된 이유를 솔직히 설명했다. 막내 이재원은 “우리가 5년 정도 활동을 했다. 해체 후 헤어진 기간만 16년이다. 함께 한 시간의 세 배 만큼을 각자 살아왔다. 그래서 생각들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고 서로의 달라진 환경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유일하게 SM에 남아 있는 강타는 “만나서(재결합과 관련된) 얘기를 할 때, 좋게 말하면 서로 의견을 존중하는 게 커서 의견이 달라도 싸우지 않았다. 하지만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라고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그런 멤버들을 설득한 건 김태호 PD와 제작진, ‘무한도전’ 멤버들이었다. 이들은 좀처럼 뜻을 모으지 못하는 멤버들에게 앉아서 상의만 할 것이 아니라 팬들과 자신의 마음만 생각하고 결정하라고 부탁했다. 멤버들은 결국 재결성을 택했다. 어차피 H.O.T. 멤버들이 원하는 것은 같았던 것이다. 극적으로 이뤄진 재결성이기에, 서로의 마지막 염원이 이뤄진 것이기에 더욱 뜻깊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멤버들은 노래 가사도 잊고 안무도 잊은 상태였다. 노래방에서 자신의 히트곡들을 부르며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다섯 멤버들은 잊고 있던 열정을 다시 불태웠다. 구슬땀이 이들을 다시 뭉치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애초 일산MBC 공개홀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었던 이들은 많은 팬들을 수용하기 위해 올림픽공원 올림픽홀로 장소를 교체했다. 멤버들은 공연 일주일 전 팬들에게 직접 당첨 전화를 거는 이벤트를 실시하기도 했다.
오랜 시간 기다렸다. 흰색 우비와 흰색 풍선을 꺼내들 때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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