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석재현 기자] 군인, 범죄자, 디지털 좀비, 무술의 달인을 거쳐 이번에는 미스터리 재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배우 박훈. 지난 21일 종영한 SBS ‘아무도 모른다’에서 그가 분한 백상호는 ‘소름유발자’였다.
백상호는 고은호(안지호 분)를 포함한 아이들에게 친절하고 착한 어른처럼 다가갔으나, 최수정(김시은 분)을 살해하고 차영진(김서형 분)의 고통을 즐기는 악랄한 본색을 드러내며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신생명의 복음’과 장기호(권해효 분)를 향한 집요함이 더해져 쫄깃한 극적 긴장감을 선사했다.
TV리포트와의 인터뷰에서 박훈은 이정흠 감독과 김은향 작가 덕분이었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이정흠 감독님은 어떤 상황에서 유연하고 부드럽게 분위기를 주도하는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이다. 완벽한 백상호가 나올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셨다”며 “작가님이 쓰신 대본이 매우 치밀했다. 이를 기반삼아 제 연기를 더해 확장시키기만 하면 될 정도였다”고 칭찬했다.
박훈은 “백상호를 처음 만났을 때,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부터 ‘나쁜 어른의 표방’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전형적인 악역 프레임에 가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제 나름대로 레이어를 쌓아나가며 중의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악역임에도 착한 얼굴, 아이 같은 순수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으려고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박훈은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는 백상호의 모습이 캐릭터의 본성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장면이라고 짚었다. 그는 “백상호가 표범, 하이에나 같다는 표현이 많다. 큰 동물을 노리지 않고 약한 동물을 노리는 그들의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상호는 아이들에게 공격성을 취하지 않고 천천히 다가가 어느 순간 그들을 물어 뜯는다”고 설명했다.
또 “카메라 앵글에 갇혀서 얼굴로 연기하는 게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짐승처럼 생동감 넘치게 하고 했다. 전작보다 벌크업한 체격과 껌을 씹는 설정 등을 준 것도 백상호의 운동성을 강조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모른다’를 촬영하면서 박훈은 스타일리스트에게 요청한 게 하나 있었다. 바로 백상호의 독특한 패션. 그는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것처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서울 동묘에서 특이한 스타일을 구해 여러 가지 매칭으로 완성시켰다”고 공개했다.
박훈의 노력을 시청자들도 알아봤는지, 방영 내내 ‘섹시한 악역’, ‘힙한 백상호’ 등의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에 박훈은 “여러 가지 도전한 부분들이 많았는데, 좋은 반응이 많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하면서 새 별명이 생겼다. 어린이 애니메이션 ‘뽀로로’ 시리즈에 나오는 크롱과 닮았다고 하더라”며 “백상호는 악역인데, 괜히 제가 동심을 파괴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고 웃었다.
박훈은 ‘아무도 모른다’를 통해 배상아로 분한 아내 박민정과 오랜만에 배우 대 배우로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몰랐던 일부 시청자들은 뒤늦게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
그는 “혹시라도 각자 배역에 몰입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될까봐 부부라는 이야기를 평소 잘 알리지 않는 편이다. 백상호와 배상아를 먼저 접한 뒤, 뒤늦게 저희 관계를 주목하는 점이 재밌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오래 전부터 연극 등에 같이 출연하면서 호흡을 맞춰왔기에 서로 어떻게 연기할지 매우 잘 알았다. 리액션도 잘 맞았다. 플러스 요소가 많았다. 고마움이 컸다”고 함께 한 소감을 밝혔다.
박훈에게 박민정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같은 연기자로서 가장 객관적이며 냉철하게 연기를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기 때문. ‘아무도 모른다’를 마친 후 아내의 반응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박훈은 “이번에도 변함없이 냉정하게 평가해줬다. 제 장점과 부족한 점에 대해 많은 피드백을 줬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던 ‘아무도 모른다’. 박훈 또한 해당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보려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저 스스로 어떤 어른이라고 명확한 답을 찾진 못했다. 대신 차영진이나 이선우(류덕환 분)처럼 성장할 수 있는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이번 작품에서 청소년 연기자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청소년 연기자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낸 만큼, 박훈이 꼽는 ‘아무도 모른다’ 속 명장면 또한 이들과 함께 연기한 모든 순간들이었다.
지난 2월말 가졌던 온라인 제작발표회 당시, 류덕환과 함께 멜로 장르를 하고 싶다고 밝혔던 박훈. 약 두 달이 지난 현재도 변함 없는지 다시 한 번 물어보자, 그는 “그렇다. ‘해치’ 때 잠깐 멜로연기를 했으나,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훈은 “아직도 안 한 장르, 역할들이 많다. 올해 초에 어떤 분은 코미디를 해보라고 권유했다”며 “항상 시청자들에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나아가야할 스텝이 많다. 그렇기에 더 많은 장르로 확장하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석재현 기자 syrano63@tvreport.co.kr / 사진= 스토리제이컴퍼니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