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성민주 인턴기자] 진중하고 사려 깊었다. 많은 고민이 느껴졌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TV리포트 사옥에서 만나본 배우 윤지온이 그랬다. 윤지온은 JTBC 금토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은정(전여빈 분)의 친동생이자 작곡가, 프로듀서인 이효봉으로 열연했다.
그에게 지난 달 28일 종영한 ‘멜로가 체질’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묻자 섭섭하다는 말이 대번에 튀어나왔다.
“섭섭해요. 아쉽고. 다들 시원섭섭하다고 하지만 시원 빼고 ‘섭섭’만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늦게 합류해서 준비할 시간이 짧다 보니까 가지고 있는 역량만큼 못 한 것 같아서 모니터하면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윤지온은 합류 단계부터 본의 아니게 주목을 받았다. 앞서 효봉 역에 캐스팅됐던 배우가 음주운전 방조 논란으로 하차하며 급하게 대체자로 투입된 것. 윤지온은 급하게 효봉 역을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감독님과 미팅하고 일주일 뒤에 바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촬영 시작하고 3일 차에 노래와 기타 신을 찍었고요. 효봉이가 뮤지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노래나 기타가 취미로 치는 정도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기타 연습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을 좀 뺏겼어요.”
윤지온은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여신님이 보고 계셔’, ‘찰리찰리’ 등 뮤지컬 다수에 출연한 배우. 그런 경력이 효봉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았을까 물으니 그는 노래하는 게 항상 떨린다는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뮤지컬 배우 출신이 제가 연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기보다는, 제작진이 픽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저는 노래하는 게 항상 떨리고 노래하는 것을 주저하는 성격이거든요.”
그에게 노래와 기타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멜로가 체질’은 재촬영 과정을 거쳐 예정보다 2주 늦게 방영 시작했다. 충분히 부담스러운 상황일 법도 한데 그는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저는 첫 촬영인데, 저 빼고 나머지 모든 분들은 재촬영이었어요. 인국이 그 어린아이까지 말이에요. 힘드실 만도 한데 스태프들이 워낙 잘 해주셔서 저는 제가 불편하지 않도록 스태프분들이 배려해주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 친절하신 거라고 하시더고구요. 누나들도 좋았고, 잘 챙겨주셨고. 모든 분이 현장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감사했죠.”
‘멜로가 체질’의 남매들처럼, 현장의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윤지온 역시 화기애애했다. 메이킹 영상에서 함께 막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메이킹 감독님이 누나들이랑 춤추고 장난치고, 애교 떨고 하는 모습을 찍고 계신 줄 몰랐어요. 민망해요. 메이킹 감독님이 항상 카메라를 세워두고 계시니까 찍으시는 줄 몰랐는데, 영상을 보니까 그렇더라고요.”
윤지온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차분하고 진중한 그의 태도가 현장의 밝은 모습과 쉽게 이어지지 않았다. 그 역시 원래 성격은 그렇게까지 활발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원래 그런 성격은 아닌데 현장에 가면 업이 돼요. 현장에 있을 수 있다는 감사함 때문인지 아니면 현장에서 저를 포장하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현장에 가면 즐거워져요.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기운이 저를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에게 효봉이 캐릭터가 본인과 얼마나 닮았는지 물었더니, 본인과 정말 비슷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심지어 효봉에게 많이 배웠고, 효봉이를 닮고 싶었다고 표현했다.
“효봉이와 저는 기본적으로 정말 비슷한 것 같아요. 겉으로는 강하지만 속으로는 부드러운 외강내유 스타일? 아픈 것을 잘 표현하지 않는 지점에서도 비슷해요. 둘 다 표현에 서툴기도 해요. 그런데도 효봉이는 전부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친구기도 하구요. 덕분에 제가 많이 배웠어요. 효봉이는 누나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예쁜 말을 많이 하잖아요. 예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점들을 많이 닮고 싶었어요.”
극 중 효봉이는 프로듀서 문수(전신환 분)와 사귀는 사이로 등장한다. 윤지온은 동성을 사랑하는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을까. 이에 관해 묻자 윤지온은 두 사람의 촬영 중 이병헌 감독의 코멘트를 언급했다.
“문수는 효봉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은정의 상처에 대해 누나들에게 고백하고, 그다음에 문수에게 찾아가 ‘누나에게 얘기하고 싶은데 미안하고 걱정돼서 피하고만 싶네’라고 대사를 치는데, 저는 그 씬에서 원래 오열을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그렇게는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아. 그냥 누나 생각하고 걱정하는 정도로만 표현해도 될 것 같아’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때부터 효봉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잡혔어요. 감독님이 효봉이의 성향을 특별하게 다루고 싶지 않고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랐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윤지온의 멜로는 어떤 체질일까. 평소 연애 스타일과 가장 닮아 있는 캐릭터를 묻자 그는 범수(안재홍 분)를 꼽았다.
“제 연애 스타일은 범수와 비슷했던 것 같아요. 후반부에 가면 범수가 일 때문에 바빠서 소홀한 장면이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는데 과거의 제 모습을 살짝 봤거든요. 근데 그건 아직 제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한데, 저는 누군가에게 온전히 마음을 쏟기에는 아직은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멜로가 체질’로 30대의 발걸음을 뗀 윤지온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배우 이전에 사람이 되고 싶다”는 독특한 대답이 돌아왔다.
“다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잖아요. 각각 기준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고. 나는 다수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지만, 소수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 있고, 과거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고.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서 끊임없이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싶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냐고 물으니 ‘스스로 배우라고 소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배우로서는 당당하고 싶어요. 남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직업이지만 일단 저 스스로가 어디에서도 ‘안녕하세요 배우 윤지온입니다’라고 소개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아직은 부끄러운가 봐요. 일단 그래서 스스로 배우라고 소개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꿈은 상업적인 게 아니라서 ‘주연을 몇 작품 이상 하고’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어느 날 이 일을 하고 있다가 자연스럽게 문득 저를 소개하면서 ‘배우 윤지온입니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오면 그때부터 다시 시작일 것 같아요.”
스스로 배우라고 칭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배우 윤지온은 어떤 작품들로 필모그라피를 쌓아나갈까?
“코미디를 제일 마지막에 해보고 싶었는데, 운 좋게도 코미디를 서른이라는 나이에 하게 됐고. 독립영화에서는 악역을 했었는데, 그 악역을 한 번 더 제대로 하고 싶어요. 스릴러나 사이코패스 같은 광기 어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성민주 기자 meansyou@tvreport.co.kr / 사진=최지연 기자 choijiy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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