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엘이 달라졌다. 캐릭터의 변화만큼이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엘은 MBC 수목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군주’)에서 이선 역으로 출연 중이다. 이선은 천민 출신으로, 가짜 보위에까지 오르는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이다.
극 초반, 엘은 호기 넘치던 청년을 연기했다. 천민이었지만 글을 배웠고, 자신의 생각도 당당히 말할 줄 알았다. 이런 이선을 나타내는 엘의 연기는 풋풋했다. 짝사랑하는 가은(김소현)을 바라볼 때 짓는 수줍은 미소가, 어린 이선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예.
이선 캐릭터는 세자(유승호)를 만나고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자의 개입 탓에 아버지를 잃으며, 정확히는 비극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엘의 눈빛은 흔들렸다. 엘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으로 특권층을 향한 분노를 표출했다. 그동안 억눌려왔던 화를 폭발시킨 셈이다.
그런 이선은 큰 결심을 했다. 세자를 대신해 가짜 왕이 되기로 결심한 것. 세자가 좀 더 나은 조선을 만들 거라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고문이 시작됐다. 엘은 “왜 가면을 쓰려 하느냐”는 왕의 질문에, “배가 고픕니다”라고 울부짖었다. 잔뜩 움츠린 자세로 물고문을 받으면서도, 기백은 꺾이지 않은 것이다. 다소 힘이 들어간 연기였지만, 더할 나위 없는 감정 표현이었다.
가면을 쓴 엘은 또 달라졌다. 대목의 손아귀에 갇힌 채 점점 생기를 잃어간 것. 호기도 반항심도 사라진지 오래였다. 어깨는 더 작아졌고, 눈빛도 불안해졌다. 엘은 이 감정선을 잘 따라왔고, 과하지 않게 담아냈다.
그리고 포텐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세자가 돌아온 후, 가은을 둘러싼 삼각관계가 시작됐기 때문. 엘은 마침내 흑화됐다. 그리고 앞의 감정을 모아, 복잡한 심정을 100% 소화해냈다. 세자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 가은을 향한 사랑이 뒤얽히며 폭발하는 이면을 그려낸 것.
여기에는 1회에서의 순진무구한 이선도, 대목과 인생에 대해 체념한 가짜 왕도 없었다. 이선 캐릭터와 하나 된 엘의 포텐의 폭발만이 있었다. 엘은 네 명의 주인공 중, 가장 조용한 자리에 있었다. 가면을 쓴 만큼이나, 존재감이 덜했다.
이제 그 가면을 벗었다. 27회 간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성장을 거듭한 엘의 진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군주’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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