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조혜련 기자] 한국 연예계를 들썩이게 한 ‘미투운동(#MeToo, 나도 당했다)’. 많은 이들이 용기로 오래 품었던, 차마 말하지 못했던 상처를 꺼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속없는 사과’는 피해자를 두 번 울리고 있다.
지난 1월, 한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국내 미투 운동은 2월 말 연예계로까지 번졌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된 글이 배우 조민기를 향하며 관심이 쏠렸다. 익명으로 시작된 글에 조민기는 수차례에 걸쳐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지만, 연이은 피해자들의 고백에 결국 이를 인정했다. 현재는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
이후 배우 김태훈, 오달수, 조재현, 최용민, 한명구 등이 성추문에 휩싸이자 결국 사과문을 발표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최일화는 스스로 가해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의 자진고백 이후 성폭행 피해자까지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한재영은 지목된 다음 날 피해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눈물의 사과’를 했다고 직접 입을 열었다. 피해자에게 사과했다는 내용까지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피해자는 ‘사과는 했지만 인정은 하지 않았다. 인정을 먼저 해야 진심 어린 사과다’라며 다시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가수 강태구는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이름이 거론됐다. 옛 연인 A씨가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며 2년 전 일을 공론화한 것. 그러나 피해자를 향해 “네 이야기 속에 거짓도 있다” “이야기하고, 네가 원하는 사과를 하고, 그리고 사실이 아닌 부분은 정정해달라”는 글을 게재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은 대부분 ‘기억나지 않는다’며 자신을 둘러싼 성추문에 발뺌했다. ‘없었던 일’로 치부하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기억나지 않을 만큼의 과거 일일 수도, 가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날선 여론에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하지만, 구체적 사과가 아닌 ‘마지못한 인정’으로 피해자의 용기마저 무색게 만들었다..
성추행 피해자가 힘겨운 이유는 여는 사건과 달리 피해자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따갑기 때문. 이미 오랜 시간 피해자를 향해 ‘네가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아픔을 혼자 감싸 안게 했다. 이 같은 시선이 사회를 곪게 했다. 게다가 대부분 공소권 없는 사건이기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미투’의 성폭력 범죄를 묵인해왔던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 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지난 상처 나마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에 있다. 가해자들은 여론을 의식한 마지못한 사과가 아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기회가 되길 바라본다.
조혜련 기자 kuming@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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