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STREET]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문명 사회에서 사는 이상 불가능에 가깝다. 생필품 사러 마트 한 번 다녀오면 온갖 포장용기와 비닐 쓰레기가 나오고, 하다못해 코로나 시국에 매일 새 것으로 갈아 써야 하는 일회용 마스크도 만만찮은 양의 쓰레기가 된다. 수백 년 전과 달리 요즘 쓰레기는 플라스틱이 많아 더 문제다. 썩지도 않고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데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로 쪼개져 인간의 건강을 해친다.
카페에 갈 때는 되도록 텀블러를 들고 가고 공중화장실에서 손 씻고 난 뒤에는 종이타올 한 장 만으로 물기를 닦는다(촉촉한 손으로는 머리를 정돈하면 된다). 완벽하게 쓰레기를 안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되도록 ‘적게’ 만들면서 살아보려고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나 하나 애쓴다고 세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떳떳해질 수 있지 않을까. 조금 찾아보면 의외로 쓰레기를 덜 내놓으면서 살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못난이 식자재로 요리해 먹기’
시장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담아 주던 큼지막한 비닐봉투가 유상제공으로 바뀌었던 직후에는 꽤 불편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에코백부터 챙기는 게 습관이 됐다. 막상 들고 다녀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불편하지도 않고, 쓸데없는 비닐 쓰레기를 만든다는 죄책감도 줄어들었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 버려지는 식자재까지 줄일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품질에는 전혀 이상이 없는데 겉모양이 안 예뻐서 상품성이 없다며 버려지는 농산물들이 여전히 많다. 이런 농산물들이 적극 유통되어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농민과 소비자 모두 ‘윈윈’ 이다. 쓰레기가 줄어드니 환경에도 당연히 도움이 된다.
다행히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는 유통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 브랜드로 유명한 풀무원 올가홀푸드에서는 ‘제로 푸드웨이스트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못난이 농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음식폐기물을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식혜를 만들고 나온 부산물로 에너지바를 만드는 등 기발한 ‘푸드 업사이클링’도 홍보 중이다. 1월 21일까지 올가홀푸드 방이점 로하스키친에서 송훈 셰프가 개발한 ‘제로 푸드웨이스트 요리 2종(라구 파스타, 전복 리조또)’를 선보인다고. 좀 못났어도 맛만 좋으면 그만. 이제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도 옛 말이 된 것 같다.
‘자연분해되는 대나무 칫솔로 양치’
석 달에 한 번 정도는 바꿔 줘야 하는 생필품인 칫솔. 플라스틱 칫솔이 분해되는 데는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사람이 플라스틱 칫솔을 처음 만들어 쓰기 시작한 뒤로 단 한 개도 생분해되지 않은 셈이다. 하나 사서 오래 쓸 수도 없고 자주 바꿔야 하는 물건이기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으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 플라스틱 칫솔 역시 빠르게 생분해되는 대나무 칫솔로 대체할 수 있다. 대나무는 ‘우후죽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자연 재료이기에 부담없이 폐기할 수 있다. 손잡이 부분은 나무이지만 칫솔모 부분은 어쩔 수 없이 플라스틱 재료를 사용해야만 하는데, 대나무 칫솔 중에서도 생분해성 PLA플라스틱으로 칫솔모를 만든 제품들이 있다.
‘더피커’의 친환경 대나무 칫솔은 하나에 1000원 꼴인 일반 대나무 칫솔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만(5000원) 칫솔모 부분까지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하나에 5000원짜리 칫솔이 부담스럽다면(커피 한 잔 값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기는 하다) 손잡이만 대나무로 되어 있는 칫솔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전부 플라스틱인 칫솔보다는 훨씬 낫다. 재질이 나무이기에 처음 입에 넣었을 때 왠지 나무젓가락으로 양치하는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곧 익숙해지며, 대나무 재질 특성상 사용 후 물기도 금방 마르는 편이다.
‘‘진짜’ 수세미로 설거지’
알록달록 예쁜 색깔과 모양을 자랑하는 뜨개 수세미는 일반 스펀지형 수세미보다 보기 좋다. 에디터 LEE의 집에서도 깜찍한 딸기 모양, 드레스 모양 뜨개수세미를 애용 중이다. 쓰다 보면 부스러지는 스펀지에 비해 뜨개실은 튼튼하다 보니 한 번 사면 오래 쓸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마냥 귀엽고 그릇도 잘 닦이던 이 수세미를 쓸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 수세미가 그릇과 마찰될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온다는 것.
다행히 뜨개질로 만든 수세미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 있다. ‘진짜 수세미’를 말려 만든 수세미다.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설거지할 때 사용했던 식물 수세미는 물이 닿으면 통통하게 불어나 그릇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으며 흙에 묻으면 자연스럽게 분해된다. 작고 저렴한 것은 1000원 이하, 큼직한 것도 3~4000원이면 살 수 있으니 가격도 부담 없다. 생각보다 질기므로 정해진 수명 없이 닳을 때까지 사용해도 되고 세균번식이 우려된다면 2~3개월에 하나씩 바꿔 주면 된다. 사용 뒤 물기가 잘 빠지도록 걸어서 말리는 것이 좋다.
‘고체 세정제(주방세제, 샴푸) 쓰기’
주방세제, 샴푸, 바디워시… 액체형 세제는 참 유용하다. 그릇 닦을 때나 씻을 때 펌프를 한 번 푹 누르면 원하는 만큼의 세제가 나오고, 거품도 잘 나서 시각적으로도 개운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매일매일 유용하게 쓰는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도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되도록 리필을 구매하려 하지만 아예 리필이 안 나오는 제품도 있고 리필봉투 또한 새로운 쓰레기가 되고 만다.
바디워시 정도는 비누로 대체한다 해도, 주방세제와 샴푸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이것들도 다 대체재가 있었다. 샴푸용, 린스용, 설거지용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비누 형태의 고체 세제가 시판되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사회적 기업 ‘동구밭’에서 만든 샴푸바와 설거지바가 특히 유명하다. 성분이 순해 손 피부 보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친환경 제품이라 거품이 펑펑 나지 않는다는 점, 기름기가 많이 묻은 그릇은 시원하게 닦기 힘들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음료 마신 컵이나 기름기 적은 음식을 담았던 그릇이라면 충분히 깨끗하게 닦을 수 있다. 새 제품을 사도 나오는 건 종이 케이스 뿐이니 마음이 가볍다.
▶동구밭 올바른 설거지비누(설거지바) 150g / 6000원
에디터 LEE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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