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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폿@ [日기자의 눈] “일본도 민주화운동 있냐고?”…뜨거운 한국의 ‘1987’

[日기자의 눈] “일본도 민주화운동 있냐고?”…뜨거운 한국의 ‘1987’

김수정 기자 조회수  

[TV리포트=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 가장 ‘올해다운’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1987’은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았던 대학생이 사망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행동한 사람들의 힘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6개월을 담은 영화다. 장준환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그 해를 살았던 사람들한테 용기를 많이 얻었다고 한다. 

2016년 11월 12일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처음으로 크게 열린 날이다. 그 당시 나는 아직 일본 신문사에 근무하고 있었고, 대학원 입시 때문에 서울에 왔었다. 입시가 끝나고 오후 시청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탔는데 이미 시청역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을지로입구에서 내리라는 방송을 들었다. 불안한 마음으로 을지로입구에서 내렸더니 벌써 길가에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시청 쪽으로 갈 수록 사람이 많아지고 친구를 만나기도 전에 이대로 질식사하는 게 아닌가 했다. 밀려오는 인파가 무서웠다. 사람들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어떻게 종로 쪽으로 빠져나갔다. 이 날 뉴스에서 100만 명 모였다고 하면서, 그것이 1987년 이후 최대 규모라고 보도하고 있었다.

그 때까지 나는 6월 항쟁이라고 들어보긴 했어도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 30년 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적 있구나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당시의 사진들을 봤는데 그것이 1년 후에 영화로 만들어질 줄이야.

일본사람들은 1987년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부분 모를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유학했던 사람한테 물어보니까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사건이죠”라고 했다. 그 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알았다.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은폐를 지시한 박처장 역을 맡은 김윤석은 그 당시 대학생이었다고 한다. “신문에서 읽었던 그 말을 내가 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일본은 민주화 운동 같은 것이 없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일본의 민주화는 1945년, 패전 후에 연합군 최고사령부로 인해 추진됐다. 한국처럼 국민이 힘을 모아서 이겨낸 것은 아니다. 운동이라고 하면 1960년대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반대하는 안보투쟁이나 학생운동이 있었다. 특히 60년대 후반은 헬멧을 쓰고 다니는 학생들의 폭력적인 사태도 여기저기서 일어났지만 70년대에 들어서 그 열기는 사라져버렸다. 나의 부모님이 대학에 들어갈 때쯤이 제일 격하게 싸웠던 시기였는데, 1969년은 그 혼란 속에서 도쿄대학교의 입시가 없어졌다. 아버지는 지금도 농담 삼아 “입시가 없어져서 도쿄대에 못 들어갔다”고 아쉬워한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 후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에 반대하거나 아베 정권이 밀어붙인 안보법제에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다. 히지만 한국의 촛불 집회와 비교도 안 될 만큼 소규모였고, 늘 그랬듯이 나라를 움직일 만한 힘은 없었다. 

이렇게 일본은 국민들이 점차 정치에 무관심해졌다. 그래서 촛불 집회는 일본에서도 크게 보도돼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부럽다”고 하며 직접 보러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왜 이렇게까지 뜨거워질 수 있는지 궁금해 했던 사람들이 ‘1987’을 보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뜻으로 일본사람도 봤으면 하는 영화이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이 영화는 재미있다. 장준환 감독이 기자회견 때 실제 사건 피해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눈물로 말이 막힐 정도 뜨거운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돈이 들어가는 상업영화의 틀을 가질 수밖에 없다면 진짜 정성이 담긴 상품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박종철 학생의 화장 동의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 최검사 역을 맡은 하정우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떻게 현실이 이렇게 영화 같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듯이, 영화 같은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는 결말이 어둡기 마련인데 슬프고 억울하긴 하나 한편으로는 희망이 보이는 결말이 준비된 사건이기도 하다.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촛불 집회였을 텐데, 참 시대를 잘 만난 영화다. 

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aya@tvreport.co.kr 사진=영화 ‘1987’ 포스터 및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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