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연기 경력 16년. 긴 시간 동안 공백 없이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장나라는 흔히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얘기할 때 필수적으로 언급되는 배우는 아니다. 연기보다는 동안 외모가 화제를 모으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필모를 잘 살펴보면, 작품에서 늘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복귀작인 KBS2 ‘고백부부’는 그런 매력이 잘 담긴 작품이다. 첫 방송에서 30대 중반부터 20살까지 수십 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야 하는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이질감이 없었다. 유독 어려 보이는 외모도 한몫했지만, 많은 작품을 거치면서 쌓은 내공이 첫 회에서 고스란히 느껴졌다. 육아에 지쳐 자아를 완전히 잃어버린 주부부터 뭇 남성들을 설레게 하는 대학 신입생까지 극과 극을 연기하는 상황에서도 순발력을 잃지 않았다. 재평가를 받기 충분해 보였다.
장나라 연기의 또 다른 미덕은 상대 배우의 매력을 잘 살려준다는 것이다. KBS2 ‘너를 기억해’에서는 서인국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운널사’)에서는 장혁을 눈에 띄게 만들었다. 서인국은 ‘너를 기억해’로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히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장혁은 ‘운널사’에서 늘 해왔던 비슷한 톤의 연기를 했지만 장나라의 호흡 덕에 기존과 다른 새로운 결을 보여주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남녀의 호흡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배우인 것이다. ‘운널사’를 본 시청자는 잘 기억하겠지만, 이 작품에서 장나라는 자신의 색과 연기를 최대한 죽이고 장혁이 그 안에서 최대한 놀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고백부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첫사랑 역으로 등장하는 정남길(장기용)과 장나라의 호흡이 관전 포인트가 됐다. 장기용은 아직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지만 장나라와 호흡을 맞추면서 처음으로 다수에게 매력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호흡에서 자신을 보여주려기 보다 상대와의 앙상블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장나라의 배려가 엿보인다. 또 그것이 드라마 전체를 살리고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풋풋한 여대생의 연기를 부담감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여배우가 몇이나 될까. 또 나이 차와 상관없이 상대 배우를 끌어안을 수 있는 여배우 역시 몇이나 될까. 데뷔가 무섭게 스타가 된 장나라가 끝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DB,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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