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기획부터 개봉까지. 영화 ‘사냥의 시간’이 관객과 만나기 까지의 이야기만 풀어내도, 웬만한 장편영화 한 편이 나올 듯 하다.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은 27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공개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평단과 관객들의 극찬을 받고, 독립영화 흥행 초석을 다진 윤성현 감독의 9년 만의 신작이다.
‘파수꾼’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일찍이 화제를 모았으나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9년씩 걸릴 줄 몰랐어요. 의도치 않게 9년만에 보여드리게 됐는데, 슬프긴 하지만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관객들의 반응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듯 ‘사냥의 시간’이 관객과 만나기까진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영화를 다 찍고도 3년 가까이 개봉시기를 잡지 못 했고, 힘겹게 개봉 확정을 한 뒤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국내 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넷플릭스에 ‘사냥의 시간’ 판권을 넘기며, 해외세일즈사 콘텐츠판다와 이중계약 문제가 불거졌다.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공개 결정을 한 것은 ‘사냥의 시간’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콘텐츠판다가 제기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고 넷플릭스 공개마저 불투명해졌다. 결국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가 극적으로 합의하며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관객과 만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개봉 일정대로 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단 아쉬움이 있고, 안타깝게 생각해요.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었잖아요. 불만을 갖기 보다 조용히 기다리면서 상황이 나아지길 바랐죠. 넷플릭스를 통해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 이들의 숨막히는 사냥의 시간을 담아낸 영화다.
전작 ‘파수꾼’이 10대 친구들 사이의 묘한 권력관계, 공기, 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했다면 ‘사냥의 시간’은 인물보다 배경을 그리는 데 공을 들였다. 붕괴된 경제, 휴지 조각이 된 원화. ‘사냥의 시간’은 암울한 현실로 고통받는 대한민국 청춘들을 사이버펑크 장르 안에서 풀어냈다.
“영화의 의도 자체가 청춘의 절망, 생존에 대한 모습이었어요. 지옥도 같은 현실을 진짜 지옥처럼 표현해 보여주고 싶었죠.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생존에 대한 영화입니다.”
윤성현 감독은 ‘사냥의 시간’은 ‘사운드’가 전부인 영화라고 했다. 그 흔한 음악 한 번 나오지 않았던 ‘파수꾼’은 대사가 전부였다면, ‘사냥의 시간’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현실감 넘치게 보여줄 사운드를 세공했다.
“공포영화는 소리를 끄고 보면 하나도 안 무섭잖아요. ‘파수꾼’은 대사만 잘 들리면 됐는데, ‘사냥의 시간’은 영화 음향, 소리로 할 수 있는 것을 100% 활용해보고 싶었어요. 엠비언스에 가까운 음악, 저 멀리 들리는 총성 등. 수많은 사운드를 채워나갔죠.”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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