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첩보 스릴러이자 로맨스..매료됐습니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언론시사회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리틀 드러머 걸’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감독판은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방송판에서 심의, 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1,2편이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황홀한 미쟝센, 치밀하게 짜여진 디테일과 구도, 냉소적 유머와 스릴러가 어우러졌다. 에피소드 후반부로 갈수록 매혹적인 로맨스 요소가 짙어진다.
박찬욱 감독은 “어떤 분은 감독판이 방송 버전과 뭐가 다르냐고 하실 수도 있겠다. 꼼꼼하게 보신다면 같은 것이 거의 없다. 편집이 다른 것도 있고, 컷이 아예 다른 것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BBC)가 좋아하는 연기가 다른 경우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BBC는 폭력묘사에 엄격하고,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내 입장에서는 다 못하는 거다. 알고 촬영했기 때문에 자극적인 폭력이 있는 건 아닌데, 찍다 보면 언뜻 보이는 게 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두고 싶은데 억지로 드러내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감독판에서는 일부러 빼지 않아도 됐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방송국, 제작사, 나 사이에 의견 차이가 조금씩 있었다. 그것은 어디에서나 흔히 있는 일 아닌가. 늘 원만하고 행복하게 토론 끝에 해결했다. 이번에는 후반 작업 기간이 너무 짧아서 정신 없이 편집해 방송하기에 바빴다. 내가 아쉽게 생각한 편집이 있었는데, 감독판에서는 내 뜻대로 했다”라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을 읽고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라는 점에서 매료됐다. 내가 처음 매료된 매력이 다른 것에 희석되지 않길 바랐다. 긴장, 총격, 추격 등 첩보물의 자극적인 요소에 묻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각색 과정에서 주안점을 둔 지점을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에서는 1980년대초로 돼 있는데 1979년으로 옮겼다. 원작자에게도 동의받은 지점이다. 영국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한 것, 유럽에서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때가 1970년대였다”라고 각색 과정에서 시대 배경이 바뀐 지점을 설명했다.
이어 박찬욱 감독은 “시대 분위기를 옮기기 위해 미술 감독과 많은 얘길 나눴다. 1970년대를 다룬 영화, 드라마를 보면 히피 느낌, 보헤미안룩이 많이 보인다. 1979년은 1980년대로 넘어가는 중간즈음 어딘가를 찾길 원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탁월한 미쟝센에 대해 “무엇보다 미술감독이 중요했다. 정말 좋아하는, 예전부터 꼭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마리아 듀코빅 감독과 일하게 돼 행운이었다. 처음 미팅할 때부터 ‘팅거 테일러 솔저 스파이’ 작업했던 미술 감독과 작업하게 해달라고 조건을 내세웠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은 3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공개된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리틀 드러머 걸:감독판’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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