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수정 기자] 씨종의 아들은 결국, 폭군을 쓰러뜨렸다.
8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이하 ‘역적’)(극본 황진영/연출 김진만, 진창규/제작 후너스엔터테인먼트) 28회에서는 길동(윤균상 분)이 끝내 애타게 사랑하는 아내 가령(채수빈 분)에게 화살을 쏘고 연산(김지석 분)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피하고, 지고 당하는데 익숙했던 백성들이 이뤄낸 승리와 대의를 위해서라면 제 아내에게 마저 활시위를 당겨야 하는 영웅의 책임감이 60분 방송 안에 묵직하게 담겨 복합적 감정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폭군 연산에게 자비는 없었다. 제 백성을 치기 위해 관군이며 변방 오랑캐, 수귀단의 군병들까지 징발하며 폭정의 끝을 보여줬다. 백성들은 하늘처럼 모셨던 임금이 자신들을 친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자신들의 몇 배가 되는 연산의 군사의 규모에 좌절하며 낙담했다.
하지만 그들은 두려움을 털고 일어났고 두려움을 애써 외면하는 백성들의 모습에 길동 역시 이를 악물었다. 길동이 제 부인에게 활시위를 당기면서 결사 항전의 의지를 표하자 백성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연산의 군대는 고약했다. 게다가 충원군(김정태 분)이 길동이 씨종의 아들임을 밝힌 까닭에 백성들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도 있었지만 홍길동 사단은, 그리고 백성들은 쉽사리 꺾이지 않았다.
쓰러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면서 절대로 밟히지 않는 사기에 연산은 놀라 꼬리를 내뺐다. 분노에 떨면서도 살기위해 용포도 벗어 던지고 봇짐꾼 차림으로 줄행랑친 연산의 초라한 행색과 기어코 승리를 이뤄낸 향주목 백성들의 모습은 시청자에게 통쾌한 전율을 안겼다.
전율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길동과 가령의 비극적 이야기가 마음을 쳤다. 대의를 위해 아내에게 활을 쏜 길동과, 남편이 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할까 전전긍긍하는 가령의 모습은 바른 것을 쟁취하기 위해 영웅이 견뎌야 하는 아픔을 대변했다.
이날 방송이 선사한 깊고 다채로운 감정은 높은 완성도에서 비롯됐다. 국내 전투신 촬영팀 중 최고로 꼽히는 데몰리션 팀이 촬영하고, 특수효과와 단역 배우를 아낌없이 투입한 전투신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며 몰입감을 높였고, 28회를 달려온 배우들은 농익은 연기로 대본의 행간까지 전달해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MBC ‘역적’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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