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누구나 연예인을 선택해서 좋아하는 건 자유의지다. 팬과 연예인은 쌍방향의 그림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일방향이다. 혼자 감당해야 하니 부분이니 억지로 강요할 수 없는 거다. 그렇게 짝사랑이 커지다보면 맹목적인 성질로 전환된다. 그래서 사고가 발생하나보다.
에이핑크는 K팝을 이끄는 대표 아이돌 그룹이다. 2011년 데뷔해 꾸준히 활동하며 가수, 배우, 예능, 광고모델까지 영역에 한계가 없다.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팬덤을 모았다. 걸그룹이 보이그룹에 자칫 팬덤 볼륨이 밀린다지만, 에이핑크는 자존심을 지켜내고 있다. 그래서 행복할 줄만 알았던 에이핑크다.
지난 6월 에이핑크의 속앓이가 터졌다. 에이핑크는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연이어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 신원이 불분명한 사내는 14일은 칼로 살해, 24일에는 총으로 저격, 26일과 30일에는 폭탄 테러로 멤버들을 해치겠다고 소속사와 경찰 측에 선전포고했다.
경찰 조사 끝에 그 상대 남성은 에이핑크의 오랜 팬으로 밝혀졌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 체류 중이라는 사실도 함께.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협박범은 실제로 에이핑크의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도대체 이 남성은 왜 오랫동안 좋아했던 에이핑크에게 끔찍한 경고를 했던 것일까. 이유는 단순했다. 에이핑크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남성들과 소개팅하는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멤버들을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소속사의 대처를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그 후 잠잠해진 줄 알았던 협박범이 다시 4개월 만에 활개를 쳤다. 지난 10월 19일에는 손나은, 20일에는 박초롱의 개인 일정이 타깃이 됐다. 손나은이 참석하는 동국대학교 연예인 동문 기부약정식 및 홍보대사 위촉식 장소에, 박초롱이 홍보대사로 참여한 제19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2017) 개막식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했다. 이번에도 허위신고였다. 에이핑크 측의 불안감은 더 증폭됐다.
에이핑크 측에 따르면 경찰 도움으로 상습 협박범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신변을 확보한 상태로 사법 기관에 공조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스타를 독점하고 싶은 미치광이 팬의 사랑, 마치 영화 스토리 같다. 총기 소지가 가능한 해외에서나 벌어지는 사건이라 여겼다. 하지만 대한민국 안에서 에이핑크를 지목해 벌어지고 있는 진짜 사건이다. 에이핑크는 한 명으로 추정되는 해당 남성에게 연이어 고통을 받는 중이다.
아이돌 스타는 팬덤이 절대적인 존재다. 팬덤이 무너지면, 아이돌 스타도 존속할 수 없다. 무조건적인 힘을 발휘하는 팬덤이지만, 비뚤어진 애정마저도 허용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팬들은 곡해한다. 아이돌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목숨을 위협해도 된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엄연히 폭력을 휘두르면서 사랑이라고 받아달라니.
에이핑크에게 어마어마한 고통을 주고 있는 협박범이 원하는 건 뭘까. 소개팅 프로그램에도 나가지 말고, 컴백 무대도 서지 말고, 개별 활동도 하지 말고, 에이핑크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폭탄 테러 협박도 멈추는 걸까. 이대로라면 에이핑크의 해체를 바라고 있다는 건데, 상당히 우려스럽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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