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절규를 토해냈다. 20년이 훨씬 지났지만, 피해자의 기억은 또렷했다. 떨쳐낼 수 없는 고통 속에 살았다. 상처를 준 이는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살고 있건만. 심지어 그날의 기억이 낱낱이 폭로되자, 사실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여느 성폭행 가해자가 그렇듯이.
배우 오달수가 문화계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 중심에 섰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사례의 주인공이 됐다. 갈수록 피해 정도는 진해졌다. 천만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호감형 배우로 분류되던 그 오달수라니.
오달수는 지난 15일과 19일 이니셜 표기를 통해 과거 성추행 증언이 나왔다. 오달수에게 직접 피해를 당했다는 익명의 제보자의 등장으로 궁금증을 야기시켰다. 실명을 감춘 채 작성되는 관련 기사와 댓글들이 쏟아졌다. 소속사는 침묵을 유지했다. 급기야 23일부터 오달수의 실명이 언급됐다.
그럼에도 오달수는 입을 닫았다. 소속사 역시 오달수의 뜻을 따랐다. 오달수는 영화판으로 넘어오기 전 연극판에서 왕성했다. 나름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수많은 여배우들을 탐했다는 이윤택 사단의 일원 오달수.
연희단거리패 출신이라는 사실로 오달수를 향한 질타는 거세졌다. 개봉을 앞둔 영화 네 편, 촬영을 앞둔 드라마 한 편이 오달수의 입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오달수는 시간을 지체했다. 피해자를 일일이 접촉하고 있는 건지, 옛 기억을 떠올리느라 헤매는지 오달수는 세상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지난 26일 오달수는 소속사를 통해 “저를 둘러싸고 제기된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참담한 심정으로 과거를 되짚었다는 오달수는 억울함을 피력했다.
이때부터 오달수는 명확하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를, 기억을, 행동을, 되짚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다. 단 하나의 오점도 없었다면, 뭘 그리 끙끙대고 15일 첫 폭로부터 12일을 흘려보낸 걸까.
당시 오달수는 늦어진 입장 발표 탓을 영화 촬영으로 돌렸다. 차라리 촬영을 접고, 용서를 구하는 게 나았을 텐데. 오달수가 굳이 촬영을 고집한 탓에 후폭풍이 몰아칠 지경이다. 그 작품이 세상에 제때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난 27일 오달수의 거짓이 만천하에 드러났기 때문. 오달수에게 과거 성추행 이상의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가 나왔다.
오달수의 해명은 단박에 대국민사기극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28일 오달수는 이틀 만에 읍소를 꺼내놓았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척 했지만, 또 다시 답답함을 호소했다. 잘못을 인정하는 뉘앙스로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연애감정을 품었다 등의 해괴망측한 핑계를 꺼내놓을 줄이야.
그러면서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며 책임과 처벌을 피하지 않겠다는 오달수.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다는 걸 알고 뻔뻔하게 목소리를 내는 걸까. 그 와중에 덫에 걸린 짐승처럼 팔과 다리가 잘렸고, 정신도 많이 피폐해졌다고 구구절절 하소연했다. 가해자 오달수는 피해자들보다 더 많이 억울한 모양이다.
문득 오달수에게 가장 먼저 ‘천만요정’를 붙여준 누군가가 궁금해졌다. 업계 관련자든, 팬이든, 지금쯤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하고 있을까. 천만 아니 오천만을 희롱한 요정이라니, 맙소사.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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