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차이나 머니는 독이 든 성배였다.
매니지먼트사 판타지오 나병준 대표가 해임됐다. 중국계 대주주인 JC그룹은 지난해 연말 이사회를 통해 예고 없이 나 대표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업계의 충격은 크다. 중국의 한한령 대비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받아들인 중국 자본이 하루아침에 회사의 수장을 바꾸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나 대표가 창업한 판타지오는 2016년 재정 확보를 위해 중국의 투자사 JC그룹의 한국 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에 지분의 일부를 넘겼다. 처음부터 JC그룹이 판타지오를 장악한 것은 아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추가 투자하면서 지분의 절반(50.07%)을 차지, 사실상 최대 주주가 됐다. 재정난 극복을 위해 유입한 외국계 자본이 창업주를 제치고 주인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사측은 여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나 대표가 해임된 후 법인 카드가 끊기는 등 매니저들의 활동에 제약이 생겼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개인 카드로 활동비를 충당하는 상황. 한국 매니지먼트사가 수십 년 동안 쌓은 시스템이 흐트러지고 있는 것이다. 사측 일부 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발하고 있지만 대주주와의 싸움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모두 수용될 가능성은 적다.
한류는 더 이상 한국 자본만의 것이 아니다. 한류 시장이 커지자 중국 자본은 한국의 엔터 사업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소비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 것이다. 이들에게 한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고, 한국에 비해 미비한 중국 엔터 사업에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좋은 모델이었다. 차이나 머니는 국내 매니지먼트뿐 아니라 방송, 영화 등 국내 엔터 사업 전반에 수 백, 수천억 원의 거금을 투자했다. 하지만 대륙의 돈은 수익 배분에 만족하지 못하고 경영에 간섭하며, 그 실체가 되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려는 국내 매니지먼트사에게 중국 자본은 달콤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치 못한 상태에서 이들의 자본을 유입할 경우, 결국 그 회사는 중국 시스템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분의 절반 이상을 투자 받았을 경우 순진하게 수익 배분에만 만족할 리 없다. 경영까지 손을 대는 게 수순인 것이다. 대중은 한류로 인한 해외 수익이 온전히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믿지만, 사실상 그 수익은 다시 중국 자본에 유입된다. 판타지오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중국계 그룹과 인사가 사실상 주인이 될 경우, 그로 인한 수익은 한국이 아닌 중국 자본과 다름없다.
현재 중국의 투자를 받은 업계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나 대표의 일방적 해임이 비단 판타지오에만 국한되는 일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중국 자본을 유입한 후 상장을 하는 등 긍정적 영향이 돼 몸집을 키운 회사도 있다. 그러나 모든 투자는 일부가 아닌 소속 아티스트와 사원들 더불어 한국의 엔터 사업 전반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류는 단순한 신드롬과 문화 산업을 넘어 한국의 자존심이 됐다,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차이나 머니 유입은 보호받아야 할 내부 시장,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는 눈먼 투자, 신중해야 한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판티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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