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은정 기자] 김혜자가 작품을 위해 극중 사망을 요구했었다고 밝혔다.
25일 오후 방송된 MBC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에서는 숨겨진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날 김혜자는 4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던 ‘전원일기’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택시를 기사가 “전원일기 최고죠”라고 말하면서도 무슨 요일에 방송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였다고.
김혜자는 “드라마를 안 보는 거다. 그런 건 마음이 아프다”면서 “지금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줘야 하는데 방송은 헛방송하는 거다. 누군가는 ‘그럴 때도 있는거죠’라고 하지만 배우는 그렇게 헛 시간을 보내면 안 되는 것”이라고 확고한 생각을 드러냈다.
‘전원일기’의 구심점이었던 김정수 작가가 그만두고 휘청거렸다. 극을 구성하는 플롯까지 무너졌다. 김혜자는 “점점 엄마 아버지가 대중이 꿈꾸던 부모님이 아니게 됐다. 아빠는 수돗가에서 숫돌 갈고 나는 툇마루에 앉아서 ‘왔니?’ ‘가니?’만 했다. 흰 가발 쓰는 것만 큰 일이었다. 배우라고 할 수 없었다. 너무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작품이 휘청거리면서 작가가 10번도 더 교체되었고 PD 또한 숱하게 바뀌었다. 그러면서 김회장네 집 세트도 바뀌었고, 일관된 이야기로 진행되지 못한 채 캐릭터도 붕괴됐다. 고두심(박은영 역)은 “서로 대본 써오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이야기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일용엄니 역의 김수미는 “몇몇 분은 빼달라고 했었다. 저도 개인적으로 조금 지쳐갔다. 일용 엄니라는 고정 관념 때문에 다른 배역이 안 들어오더라”고 토로했다.
김혜자는 작품을 살리기 위해 극중 죽음을 요구했었다고. 그는 “못되게 굴었다. 극 중에서 죽게 해달라고 해달라고 했다. 영애(막내 딸)를 만나러 가다 교통사고 나서 내가 죽으면 아빠가 홀아비가 되잖냐. 자기 부인이 죽었으니 얼마나 서글프겠냐. 재혼 제안이나 얘기가 들려올 거고 이야기가 풍성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난 섭섭하지 않아할테니 전원일기 위해 교통사고 내달라고 했다”는 김혜자는 장수 드라마인 ‘전원일기’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눈에 들어왔고 너무 화가 나지만 “배우로서 이러면 안 되지”라고 자신을 추스렸다고. 그는 “가발 쓴 값을 받는다 생각하고 그분들 생각해서 조금 더 해야지 다독며 견뎠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ekim@tvreport.co.kr / 사진=방송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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