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지현 기자] “왜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살 수 없어요? , “살 수 있어 이젠 네가 버리는 거야. 엄마를”
모성애를 주제로 한 한국 드라마에서 이처럼 도발적인 대사가 또 있었을까. 날 낳아 준 엄마를 버리라니. tvN 수목드라마 ‘마더’는 말한다. 누구나 엄마가 될 수 있지만, 모두 자격을 얻는 것은 아니라고.
이 드라마는 불편하다. 아동 학대부터 영아 살해와 납치까지 안방에서 편히 볼 수 없는 불편한 소재들을 다룬다. 그러나 잠시 불편함을 감수하면, 우리가 애써 모른 척해 온 진실들이 보인다. 가정, 넓게는 모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마더’는 가정 폭력과 아동 학대가 쉽게 개인의 가정사로 치부되는 무기력한 사회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우리는 모성애를 ‘타고나는 것이고,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의 상징과도 같다’고 배운다. 그러나 현실이 꼭 사랑으로 충만한 것은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학대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이 참담한 비극에는 모성애, 부성애라는 가면을 쓴 부모, 혹은 제 3자가 음지에서 휘두르는 폭력이 있다. 안타까워도 여린 영혼을 구할 직접적인 방법은 없다. ‘마더’는 친엄마에게 버려진, 가정 폭력에 노출된 트라우마가 있는 여주인공 수진(이보영)이 학대 당하는 혜나(허율)을 구해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수진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모성애의 역할인지 곱씹게 한다.
‘마더’에는 총 4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어떤 엄마는 모성애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 자영(고성희)에게 딸 혜나는 걸림돌일 뿐이다. 자영은 혜나를 낳은 걸 인생의 오점이고 실수라 여긴다. 동거남 설악(손석구)이 혜나를 학대하는 걸 알면서도 묵인하고, 오히려 폭력에 동참하며 아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벌을 주는 엄마다.
인상적인 것은 자영의 폭력이, 그녀가 애초 폭력성을 지닌 사이코 패스라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혜나가 실종된 후 자영은 딸의 실종 기사를 보면서 천연덕스럽게 과자를 먹으며 댓글을 읽고, 동거남에게 “이제 둘만 남았으니 새롭게 출발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자영의 얼굴은 천진난만하다.
자영은 아이를 낳았다고 모성애가 저절로 생기지 않음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우리가 배운 것과 대치되는 캐릭터다. 사랑에 대한 이해가 없는 누군가가 부모가 되었을 때 빚어지는 비극을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반면 주인공 수진은 ‘마더’가 지향하는 모성애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완벽한 엄마냐고? 아니다. 오히려 서툴다. 꼭 혜나가 친딸이 아니라서가 아니다. 폭력의 끝에 몰린 혜나를 구한 수진은 무방비 상태로 거리에 나온다. 거기에는 온갖 함정과 덫들이 있다. 해외로 밀입국을 하려다 사기를 당한 수진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없음에 자책한다. 수진은 성모마리아 상을 바라보며 “제가 과연 엄마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기도한다. 마리아는 마치 대답하는 것 같다. 이미 좋은 엄마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혜나의 얼굴에도 답이 있다. 호텔을 전전해도 혜나의 얼굴은 어느 때 보다 평온하다. 불안정한 친엄마와 살아갔을 때 보다.
그러나 ‘마더’의 진짜 힘은 ‘누가 진짜 엄마인가요?’라는 대결식의 질문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서툰 엄마들을 껴안고 위로하는데 있다.
어린 수진을 고아원에 버린 수진의 친엄마 홍기(남기애)의 후회와 눈물에 연민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엄마가 되기를 포기하는 이도 있다는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수진을 입양한 엄마 영신(이혜영)은 어린 수진에게 좋은 것만 입히고 먹여주며 좋은 환경에서 양육하지만 수진의 진짜 상처까지는 치유시키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완벽한 엄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언젠가 한자리에서 만날 것이다. 수진은 엄마가 되기에는 아직 서툰 자신을 보면서 자신을 버린 친엄마와 자신의 세계를 온전히 감싸지 못한 양엄마 영신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서클처럼 순환되는 이 상처들은 모성애라는 연대를 통해 치유된다. ‘마더’는 말한다. 어쩌면 엄마가 된다는 것은 자신과 그를 잇는 타인들을 이해하는 수련의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tvN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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