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영화 ‘시동’ 리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웃을 준비하고 들어갔다, 마음 한편이 뭉근해져 나온다. 영화 ‘시동’ 얘기다.
1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시동’이 첫 공개됐다. 12월 성수기 한국영화 기대작 가운데 첫 공개되는 영화인만큼 취재진은 물론 각 배급사 관계자, 영화인의 발걸음으로 뜨거운 현장이었다.
‘시동’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무작정 사회로 뛰어든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세상과 부딪히는 얘길 그린 작품이다. 평점 9.8점을 기록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베테랑’, ‘엑시트’를 만든 외유내강에서 제작했다.
시사회가 끝난 직후 쏟아진 동료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시동’에 대해 좀더 자세히 얘기해보고자 한다.
Q. 마동석 비주얼 역대급이던데, 어땠어?
마동석 필모그래피 중 가장 독보적인 변신이다. 최근 몇 년간 그의 행보에 다소 아쉬웠던 팬의 마음을 달래기 충분해 보인다.
단발머리, 핑크 맨투맨, 헤어밴드 등 그와 세상에서 가장 안 어울리는 아이템을 두루 착용했지만 묘하게 착 붙는다. 그의 쇼킹한 비주얼이 스크린을 가득 채울 때 이미 티켓값이 아깝지 않다.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차치하더라도, 트와이스 안무를 따라 추고 새우깡을 와그작 씹어먹으며 깐족거리는 모습은 그 스스로도 이번 변신이 얼마큼 반가운지 가늠케 한다.
Q. 장르가 코미디야?
본격 코미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마동석의 변신과 박정민의 생활연기는 분명 웃음을 안기지만 빵 터지는 박장대소 수준은 아니다. 낄낄거리며 기분 좋게 웃을 정도.
이 영화의 진가는 웃음보다 캐릭터의 변화에서 발휘된다. 범상치 않은 과거를 딛고 묵묵히 웍질을 하는 거석이형부터 사채업에서 성실한 자영업자로 변신한 동화(윤경호 분)까지. 가출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우여곡절 끝에 제 자리를 찾는 인물들을 보며 ‘그래도 괜찮아’,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뭐’라는 위로를 받는다.
중고나라에서 구입한 시동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처럼 녹록지 않은 인생과 마주한 관객이라면 ‘시동’의 유쾌하고 따뜻한 기운이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Q. 캐스팅 은근히 빵빵하잖아. 배우들 연기는 어때?
박정민은 껄렁한 생활연기로 ‘역시’라는 안정감을 주고, 정해인과 염정아는 전작들에서 보여준 적 없는 얼굴로 신선함을 안긴다. 고두심과 윤경호는 탄탄한 내공의 연기로 예상치 못한 감동을 전한다.
‘시동’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바로 신예 최성은의 발견이다. 가출소녀 경주를 연기한 최성은은 첫 등장부터 강렬한 포스로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신인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녹아들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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