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이우인 기자] “저 또한 보통의 직장인처럼 살고 있어요. 시청자들이 저와 후배들이 추구하는 프로그램의 톤을 그만보고 싶다는 날이 오면 명확하게 데스크로 올라가겠죠.”
스타 PD로 오랫동안 꾸준히 지지를 받아온 나영석은 자신의 위치, 앞으로 나아가야 방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민감한 질문에도 나영석 PD는 예상한듯 담담하지만, 때론 서글픈 마음이 담긴 목소리로 답변을 쏟아냈다.
12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스페인 하숙’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나영석 PD를 비롯해 후배이자 이번 프로그램의 공동연출인 장은정 PD, 김대주 작가가 함께했다.
‘스페인 하숙’은 타지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소중한 추억과 선물이 될 하루를 선물하는 내용을 담은 예능. ‘삼시세끼’ 시리즈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 차승원과 평소 여행을 즐기는 유해진에 막내 배정남이 출연한다.
그러나 출연진과 프로그램 내용만 봐도 ‘삼시세끼’와 ‘윤식당’을 조합했다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를 의식한 듯 나영석 PD는 “딱 봐도 ‘삼시세끼’ ‘윤식당’? 맞다”고 여러 차례 인정했다. 다만 익숙하지만 다른 재미가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스페인 하숙’은 나영석 PD와 장은정 PD의 공동연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나영석 PD의 브랜드 파워에 장은정 PD는 가려지는 게 사실이다. 그간 tvN이 론칭한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영석과 공동연출자가 이름을 올려왔다. 잘되면 나영석 효과, 망해도 나영석 때문이라는 반응이 쉽게 예상된다. 잘됐을 경우, 공동연출자가 억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어쩌면 자연스럽다.
이와 관련해 나영석 PD는 “상부상조와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는 저의 이름을 얻어가고 저는 후배의 능력을 얻어간다. 모두의 인생이 그렇지 않나.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의 브랜드다. 이름이 알려진 게 저이다 보니 (나영석 브랜드로) 인식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 PD는 “언제까지 공동연출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추구하는 프로그램의 톤을 시청자들이 그만보고 싶어하는 날이 온다면 저는 명확하게 데스크로 올라가지 않겠나. 부장님이 돼서 장은정 PD를 쪼고 있을 것이다. 돈은 벌어야 하니까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나 역시 보통의 직장인처럼 살고 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스페인 하숙’은 나영석 PD 프로그램의 자기 복제라는 지적은 물론, JTBC ‘효리네 민박’과의 비교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악조건 속에 방송된다.
이에 대해 나영석 PD는 “우려는 했지만 차승원 유해진의 케미, 우리만의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시청자들이 받아들여줄 것이라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나 PD는 “알베르게의 특성상 예약을 하고 오는 구조가 아니다. 매일 손님이 오고, 어떤 손님인지 사실 모른다”면서 짐작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재미를 느껴달라고 주문했다.
나영석 PD의 예능에선 좀처럼 뉴페이스의 발견을 보기 힘들다란 지적. 이번 ‘스페인 하숙’도 예외는 아니다. 뉴페이스 배정남 또한 예능에서 활약 중인 스타이기 때문이다.
나 PD 또한 이에 대해 고민한다. “이제껏 출연하는 분들이 제가 예능의 주류 시청자와 비슷한 나이, 시기일 때 함께해왔는데, 조금 더 세대를 당겨야겠다, 젊은 친구들과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꺼냈다. 그런 시도가 ‘신서유기’와 ‘커피프렌즈’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나영석 PD는 “젊은 세대에 대한 캐스팅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약속했다.
프로그램 형식적인 고민 또한 나영석 PD의 고민이기도 하다. 시청층이 점차 TV가 아닌 유튜브, 1인 방송 등 다양한 채널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나영석 PD는 “형식적인 변화엔 엄청난 관심을 갖고 있다. tvN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밥그릇과 관련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나영석 PD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열어볼까, ‘신서유기’를 인터넷에 론칭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명세를 지닌 나영석 PD는 지난해 배우 정유미와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그리고 사건 발생 4개월여 만에 유포자를 찾았다. 선처는 없다며 강경대응한 나영석 PD는 이날 “억울했다. 가족들에게 미안했다”는 심경을 고백했다. 그러나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다른 누군가를 고소해야 하는 현실에 답답함을 느낀 듯 말을 좀처럼 끝맺지 못했다.
한편 스페인 하숙’은 오는 15일 오후 9시 10분부터 ‘커피 프렌즈’ 후속으로 매주 금요일 저녁 방송된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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