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풀잎 기자] ‘병원선’은 왜, ‘낭만닥터 김사부’가 되지 못할까.
수목극 시청률은 1위지만, 좀처럼 기뻐할 수가 없다. 시청률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엇갈린 반응 때문일 것이다. MBC 드라마 ‘병원선’이 맥락 없는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를 멀어지게 했다.
‘병원선’은 인프라가 부족한 섬에서 배를 타고 의료 활동을 펼치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의사들이 섬마을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며 진심을 처방할 수 있는 진짜 의사로 성장해나가는 세대 공감 이야기를 그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원과 강민혁의 러브라인도 이 기획 의도 중 하나였다. 각자의 상처를 지닌 두 의사가, 서로를 만나 점차 성장을 거듭한다는 목적. 하지원은 표현에 서툰 천재 외과의고, 강민혁은 살갑지만 트라우마를 지닌 내과의사다. 두 캐릭터를 정 반대로 잡은 것도 러브라인을 위한 하나의 장치였던 셈.
재료는 그럴듯하나, 요리를 맛본 대중의 반응이 마뜩지 않다. 뻔한 전개와, 자연스럽지 못한 강민혁 캐릭터의 직진 때문으로 보인다. 초반부터 그랬다. 강민혁은 병원선에 오른 하지원에게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 잘 나가는 대학병원 의사가 병원선에 탑승했으니, 그도 그럴 만 했다. 이 상황을 극중 강민혁은, “나 좋아해도 돼요” 한 마디로 표현했다.
어제(20일)는 급 진도가 나갔다. 갑작스러운 버스 사고를 함께 겪으며, 각자의 아픔을 털어놓던 두 사람. 이때 강민혁은 하지원에게 뜻밖의 키스를 건넸다. 이후 이야기는 뻔하다. 하지원은 모른척했고, 강민혁은 나 홀로 직진을 시작했다. 이때, 공교롭게도 강민혁의 약혼녀가 등장하며 익숙한 삼각관계를 구축했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러브라인을 강조한 게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다. ‘병원선’의 애초 목표는, 의사들의 여러 방면에서의 성장이었기 때문. 올 초 인기리에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경우에도, 의학드라마 속 로맨스는 있었다. 심지어 진했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드라마 주인공들도 상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은 ‘병원선’과 같았다. 러브라인 속 단단하게 얽혀있는 기본 뼈대와, 주요 캐릭터간의 이해관계가 아직까지는, 결정적으로 다른 이유. 시청자는 ‘김사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고, 이는 빠른 전개와 만나며 남다른 몰입감을 선사했다. 키스신이나 고백신이 ‘뜬금없지 않을 수 있는’ 일종의 배려였다. 배우들은 호연 그 자체로 개연성을 입증했다.
‘병원선’은 아직 중반도 지나지 않았다. 병원선, 섬이라는 낯선 장소도 낭만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하지원은 자타 공인 케미여신으로도 유명하다. 시청률 값을 할, 숨겨진 히든카드가 있을 것이다.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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