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기생충’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역대급, 그야말로 역대급 반응이 쏟아졌다.
21일 오후 10시(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봉준호 감독,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공식 상영에는 봉준호 감독을 비롯,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조여정,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로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칸 초청이다.
‘기생충’은 한마디로 봉준호 세계의 집대성이다. 블랙코미디로 시작해 재난 영화를 거쳐 스릴러를 경유해 호러를 선사한 뒤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살인의 추억’의 해학과 스릴, ‘괴물’의 한국식 재난블록버스터, ‘설국열차’의 계급투쟁을 한 작품 안에 녹여냈다.
영화 내내 박장대소와 박수가 쏟아졌다. 봉준호식 삑사리(?) 예술, 자학개그, 심지어 ‘종북개그’의 순간에도 객석 반응은 뜨거웠다. 지나치게 한국적이라 세계 관객에게도 통할지 의문이라던 봉준호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환호와 웃음, 박수가 뤼미에르 2300석을 달궜다.
그 중심에 송강호가 있다. 송강호는 ‘괴물’,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박쥐’로 칸영화제를 찾았다. 송강호 역시 이번이 다섯 번째 칸영화제 방문이다. 능청스럽고 여유 넘치는 유머부터 소주 한 잔 부르는 페이소스까지. 빈부격차가 불러일으킨 다소 영화적인 참사에 현실 감각을 불러넣은 것은 온전히 송강호의 얼굴, 송강호의 연기 덕분이다.
영화의 시작과 끝을 달군 최우식의 물오른 연기, 후반부를 장악한 이정은과 박명훈, 장혜진의 묵직한 존재감과 조여정 이선균의 매끈하고 영리한 연기도 탁월하다.
드라마 장르임에도 섬세하게 세공된 사운드는 귀를 호강하게 하고, 스토리의 아이러니함을 배가하는 정재일 음악감독의 음악 역시 완성도를 높인다. 살아 숨쉬는 의상, 미술, 공간 곳곳에서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이 엿보인다.
현지 반응도 뜨겁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약 8분간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며 축제의 장을 즐겼다. 배우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감격의 순간을 즐겼다.
기립박수가 끊이질 않자,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은 봉준호 감독에게 카메라를 넘겼다. 봉준호 감독은 “감사합니다. 여러분 밤이 늦었으니 이제 그만 집으로 갑시다. Let’ go home!”이라는 재치있는 멘트로 또 한 번 박수를 이끌어냈다. ‘설국열차’, ‘옥자’로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은 틸다 스윈튼 역시 자리에 함께 해 봉준호 감독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칸영화제에 10년 이상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정말 역대급 반응이다”라며 놀라워했다. 프랑스에서 온 한 제작자는 “황금종려상을 노려볼 만한 작품”이라고 극찬했고, 2년 전 ‘옥자’를 칸에서 관람했다는 프랑스 취재진 역시 “굉장히 독창적인(original) 영화다. 수상할 것 같다”라고 예측했다.
한편 ‘기생충’ 수상 여부는 25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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