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김예나 기자] ‘프듀 발(發)’ 소송이 벌어졌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아이돌 스타가 됐건만, 회사와의 마찰로 흠집이 생겼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Mnet ‘프로듀스101 시즌2’ 출신 가수 강다니엘, 김사무엘, 라이관린이 올해 연달아 소송을 시작했다. 모양새는 꽤 닮아있다. “신뢰가 깨져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가수 측과 “전속계약 효력은 유효한 상태다”고 법적대응으로 맞서는 회사 측으로 나뉜다.
유명한 가수가 되겠다고, 가수를 성공시키겠다고 동행한 가수와 제작자. 하지만 이들은 팬덤과 유명세를 얻으면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수익이 발생하면, 간극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 커진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예견된 일이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그 원인을 ‘욕심’으로 규정했다.
# 탄력 받은 가수의 ‘욕심’
우선 아이돌 가수와 소송을 직접 겪었다는 관계자 A는 “TV 오디션으로 일단 유명해지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붙는다. 기존 회사가 있건 없건 상관이 없다. 그리고 가수와 그의 가족에게 접근해 돈으로 회유한다. 한순간에 변해버리더라”고 회상했다.
갑자기 돈을 벌기 시작하면, 가수들은 그 흐름에 따라 이동한다는 것. 기존 회사와 사인한 계약서 대신 새롭게 접촉한 세력에게 귀 기울인다고 했다.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회사 직원 B는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받는다. 당장의 욕심이 화를 불어온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다. 멀리 내다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현금만 좇다보니, 잘못한 선택을 하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아이돌 시장에서 돈과 직결되는 존재는 곧 팬덤이다. 규모 있는 팬덤이 형성되는 순간, 그 활동 중심에 자리를 잡는다. 회사 내부 체계가 자리 잡히기 전이라면, 휘둘리는 건 시간문제. 급기야 팬들이 회사를 거부, 가수의 이탈을 부추기는 사례도 있다.
아이돌 그룹 제작 경험이 많은 관계자 C는 “팬덤이 커지면 곧 수익이 커진다는 거다. 그래서 아이돌이 팬덤에 맞춰 활동하다보니, 눈치를 보는 일도 있다. 매니저들은 물론 가수들도 그렇다. 팬들 말만 믿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회사와 가수가 갈라섰던 상황을 설명했다.
# 잘 하고 싶은 회사의 ‘욕심’
‘욕심’을 두고 정반대의 해석도 나왔다. 회사의 욕심이 화를 불러 온 것이라는 시각이었다. 데뷔 전 합의한 계약서대로만 진행하려는 회사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아이돌 사이 갈등은 당연하다고 짚었다.
다양한 형태의 가수를 제작했던 D는 “가수는 자신이 성공했다고 믿기 때문에 더 좋은 처우를 원한다. 딱 잘라 많은 돈을 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회사에선 계약서에 기준해 합법적인 정산이라고 한다. 회사 입장에선 맞지만, 가수는 상황이 달라졌으니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 때부터 신뢰가 깨졌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일련의 소송에는 ‘이중 계약’, ‘양도 계약서 존재’ 등이 언급되고 있다. 이 역시 아이돌과 회사 사이 사고가 터지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비대해지는 전체 산업과 달리 개개인 회사 규모가 나란히 커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러 회사는 다양한 형태로 함께 움직인다. 분업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보면 되겠다. 하지만 태클을 걸자면, 얼마든지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남는다.
가요 관계자 E는 “이중 계약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회사 입장에선 가수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막상 가수들은 몰랐다고 한다. 사이좋을 때는 좋은 관계라고 웃으며 넘어가지만, 다른 사람이 개입되는 순간, 끝이 난다. 계약 당시 몰랐던 내용이라고, 없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애매한 상황이다”고 안타까워했다.
# 그럼에도 내보내는 ‘욕심’
언젠가부터 업계 정설처럼 “아이돌은 띄워 놓으니 도망간다”는 말이 번졌다. 특히 외국인 멤버는 서류만 남기고, 돌연 자취를 감추는 상황도 있었다. 법적으로 회사가 승소했어도, 가수가 본국으로 출국한 상황이면 해결안을 찾는 건 더 어렵다. 그럼에도 ‘프듀’는 지속되고, 오디션 접수는 몰리고, 아이돌 그룹에는 해외 멤버 포지션을 둔다.
아이돌 그룹 관계자 B는 “아이돌 스타는 계속 나올 것이다. 확실히 뜨면 큰돈이 되기 때문에 다들 놓을 수 없는 구조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생각들일 거다. 우리 애들은 사고 안치고, 무사히 유지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아닐까 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향후 ‘프듀’ 참가 여부에 대해서도 C는 “회사에서 투자, 기획, 인력 이런 것들이 모두 받쳐주면 우리끼리 해볼만하다고 여긴다. 그게 제작자의 자존심이다. 사실 ‘프듀’ 출신 그룹이 잘되는 게 속상하다. 운이 좋아서 뜨면, 다른 게 부족해도 가능하게 됐다. 욕하면서도 내보내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고 허탈한 마음을 보였다.
김예나 기자 yeah@tvreport.co.kr/사진=‘프로듀스’ 포스터,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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