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환자를 살린다고 다 치료하는 게 아니다. 환자에게 진짜 필요한 의사. ‘의사 요한’ 속 지성이 갖고 있는 소명의식이다.
27일 방송된 SBS ‘의사 요한’에서는 차요한(지성 분)에게 “살겠다는 사람은 죽이고, 죽겠다는 사람은 살리고. 당신은 어떤 의사냐”라고 묻는 강시영(이세영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차요한은 “나에 대해 혼란스럽다면 나한테 관심 꺼라”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어 강시영에게 “내가 너라면 나 대신 주형우 환자한테 집중하겠어”라고 조언했다.
차요한은 밤샘 연구 끝에 격투기 선수 주형우의 병명을 중증근무력증으로 예측했던 상황. 약물을 이용해 항체 검사를 진행한 차요한은 주형우를 살렸다.
차요한은 “중증근무력증은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신경과 면역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잘 받으라”라고 말했다. 주형우는 “어제 제가 한 말 무시하고 숨 붙여놔줘서 고맙다”라고 감사인사를 했다.
차요한은 “환자분 말을 무시하고 살린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무엇이 격투기 선수에게 눈을 잃고 팔다리가 잘린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을까. 모든 경우의 수를 대입하다 답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강시영은 차요한에게 상담을 했다. 자신의 손으로 심장을 멈추게 했던 환자가 1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는 것. 강시영은 차요한에게 “환자의 고통을 줄일 방법이 죽음밖에 없다면 환자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차요한은 윤성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차요한은 “난 그 환자의 통증 조절을 담당하던 의사였다. 진통제를 줘서 의식을 잃게 하고 호흡이 끊어지지 않게 약을 주고 다시 고통을 주는 일이었다. 심장이 멈추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영양공급을 중단해도 살인, 진통제를 너무 많이 줘서 호흡이 끊어져도 살인. 살인자가 되기 두려워서 나는 두 달 넘게 환자 숨만 붙여놓고 고통을 줬다. 통증조절이라는 명목으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두 달 동안 환자는 단 한 번도 살려 달라고 한 적이 없다. 죽여 달라고 한 적도 없다”라며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죽이는 게 아니다. 죽는다 할지라도 내 환자는 고통을 끝내 달라고 했다. 법은 환자를 임의로 죽이는 것이 범죄라고 하지 하지만,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이야 말로, 고통을 끝내달라는 부탁을 외면하는 것이란 말로 의료범죄다. 내가 두 달 동안 그 환자에게 해준 건 치료가 아니라 고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차요한은 “후회하냐고? 아니 나는 두려웠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강시영도 “저는 두려웠다. 너무 두려워서 저는 교수님처럼 제가 한 일에 대해 자신할 수도 없다. 그때도 지금도 너무 두렵다. 내 손에 환자의 목숨이 달려있다는 것이”라고 울음을 터뜨렸다.
차요한은 “당연한 거다. 환자한텐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사보다 자신을 두려워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넌 잘하고 있는 거다 강시영”이라고 위로했다.
며칠 후 강시영이 식물인간을 만든 환자가 응급상황에 처했다. 그 환자는 바로 강시영의 아버지였다.
차요한은 “환자한테 필요한 때가 있다고, 그때 아니면 영원히 늦어버린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이 그 때다”라고 강시영을 달랬다. 강시영이 “환자가 아니라 아버지다. 저는 의사가 아니라 딸이다”라고 하자 차요한은 “딸이자 의사이지. 지금 아버지에게 둘 다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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